대북전단 금지법, 현실화 가능할까?…위헌 논란 예상
김여정 반발에 즉각 반응…'지나친 저자세' 비난
2020-06-05 12:17:36 2020-06-05 12:17:36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 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남한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며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경고하자,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중단을 강제하기 위한 법률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남한 정부를 향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다면 △개성공업지구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제1부부장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은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살포한 것으로, 이 단체는 경기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 보냈다.
 
통일부는 법률안 입법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는 헌법상 기본법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민주당 소속 박주선 의원은 대북 전단을 살포할 때 통일부 장관에 사전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당시 위헌 논란과 함께 진영간 입장차로 통과되지 못했다.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 제1부부장의 반발이 있은지 단 4시간 만에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겠다고 밝히자 보수진영에선 지나친 저자세라며 북한에게 끌려다니고 있다고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제20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난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의 넘버 투 김여정이 대북 전단 비난 담화를 내자마자 통일부가 이 전단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겠다고 나섰다”고 비난하며 “무엇보다 그 법률이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적 총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북한정권 넘버투의 불호령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에 굴욕과 참담함이 앞선다”고 밝혔다.
 
또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정부는 미사일도발과 총격까지 해대며 남북군사합의를 보란 듯이 위반하고 있는 북한을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며 비판했으며, 새터민 출신인 통합당 지성호 의원도 “북한 주민의 알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대북전단 살포가 잘못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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