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하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의 고 손영미 소장이 숨진 후 처음으로 10일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언론의 과도한 취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인근에서 진행된 제1443차 수요집회에서 "검찰의 과잉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적인 취재 경쟁, 반인권적 취재 행태에 힘들어하셨고, 매일 불안해하셨음에도 쉼터에 계신 길원옥 할머니의 안위를 우선시했다"며 "피해자를 위한 운동에 대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셨던 소장님을 너무나 당연시했던 저희를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광란의 칼끝에 가장 천사 같은 분이 희생됐다"며 최근 언론의 취재 행위를 맹비난했다. 이 이사장은 "고인의 죽음 뒤에도 각종 예단과 억측, 책임 전가, 신상 털림, 무차별적 접근 등 취재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회적 살인 행위에 대한 반성은커녕 카메라와 펜으로 사자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일삼고 있어 참담하고 비통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던 한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냈다"며 "당신이 있었기에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가능했고, 피해 당사자들이 건강하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한 사람도 잃지 않고 위안부 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수호할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며 "그때서야 하늘에 계신 소장님도 밝게 웃으며 행복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초기 공동 설립자인 김혜원 선생은 "1992년 1월 첫 수요집회를 강행한 이후 50여명의 교회 여성을 주축으로 여성인권운동가들과 함께하는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며 "공들인 탑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불순한 반대세력들이 우리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일본이 사죄하고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하는 그날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활동가들은 추모 성명을 통해 "한 달 사이 많은 언론과 언론을 통해 견해를 형성한 사람들은 오랜 시간 갱신해 온 여성인권운동가들 내의 라포(rapport)를 부인·부정하고 비난하고 무화시키고자 했고, 그 안에 누구보다 주체였던 많은 이들을 각각 배제해버리고, 박제하고, 일방적으로 재현했다"며 "검찰은 주거시설이자 안전이 보장돼야 할 쉼터에 약속과 절차를 무시하고 들어가 수색했다"고 비판했다.
손 소장은 지난 6일 오후 경기 파주시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 소장의 장례는 지난 8일부터 사흘 동안 시민장으로 진행돼 이날 오전 발인을 마쳤다.
정의연은 손 소장이 숨진 후 7일 부고 성명에서 "고인은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다"며 "특히 검찰의 급작스러운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하셨다. 무엇보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 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정의연 의혹 수사와 관련해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을, 21일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이달 5일 경기 안성시에 있는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과 이 건물의 시공사인 금호스틸하우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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