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여부, 시민이 판단…검찰총장,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착수(종합)
검찰 "결정 존중, 절차에 만전"…삼성 "결정에 감사, 변론준비 최선"
2020-06-11 18:18:04 2020-06-11 18:28:2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시민이 판단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신청에 따라 열린 부의심의위원회가 삼성그룹 불법 합병과 회계 부정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하기로 의결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의심의위원회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조만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요청서를 송부할 예정이다. 소집요청서가 대검으로 송부되면 윤 총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을 하게 된다. 
 
이날 오후 2시쯤부터 5시40분쯤까지 서울중앙지검 13층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부의심의위원회에서 위원들은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 1개, 이 부회장 등이 제출한 의견서 3개를 바탕으로 논의한 결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사건을 부의하기로 했다. 정확한 표결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찬성 의견이 절반을 조금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의심의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장이 당연직으로 담당하며, 이날 부의심의위원회에는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 3명을 포함한 위원 15명 전원이 참석했다. 위원은 무작위 추첨으로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별로 고르게 분포됐으며, 직업은 주부, 교사, 회사원, 의사, 대학원생, 자영업, 퇴직 공무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날 의결에 대해 부의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에 비춰 소명의 시간을 부여하는 취지로 부의를 결정했다"며 "검찰이 장기간 수사한 사안으로 기소가 예상되므로 부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도 제시·논의됐으나, 표결을 통해 과반수 찬성으로 부의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은 부의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국민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예규 제967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을 보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와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 △기타 검찰총장이 위원회에 부의하는 사항 등을 심의한다.
 
위원들은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지난 10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영장 기각 취지는 구속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일 뿐 기소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오히려 영장 기각 사유의 핵심적인 내용은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화계 처리' 과정의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있었던 것은 알겠지만, '피의자(이 부회장)의 형사 책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으로, 이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 부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영장 기각 사유를 근거로 법원이 기소를 인정한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영장 법관의 진정한 의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 국민의 참여로 기소 여부 등을 심사하자는 수사심의제도 취지에 삼성 사건이 가장 잘 맞는 것이고, 이 사건을 심의하지 않는다면 어떤 사건을 심의할 수 있겠는가"란 의견도 내세웠다. 
 
이어 "공소 유지가 불가능한 사건을 면피성으로 기소하는 것을 막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데, 당사자가 심의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까지 청구하고 심의조차 회피한다면 도대체 왜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인가"라며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수사심의위 심의를 왜 피하려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11일 검찰시민위원회가 열린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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