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사이더)"5초 분량 위해 수백장 그림 그리고 돌려보죠"
슈퍼크리에이티브 '에픽세븐' 류한경 비주얼아트실장·정승연 콘티팀장
2020-06-17 16:24:07 2020-06-17 17:46:5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게임에서 비주얼은 어느 부분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캐릭터와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배경, 각종 효과 등이 게임의 분위기에 녹아들어야 한다. 유저(사용자)들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인 만큼 각 게임사의 비주얼 제작 담당자들은 더 나은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다. 모바일 턴제 RPG(역할수행게임) '에픽세븐'의 비주얼아트실에는 다른 게임팀에서는 보기 어려운 '콘티팀'이 있다. 콘티팀은 아트실의 비주얼 설명서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가 서비스하고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한 에픽세븐의 류한경 비주얼아트실장과 정승연 연출팀장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사옥에서 만나 콘티팀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비주얼아트실의 제품설명서 만드는 콘티팀
 
류한경 에픽세븐 비주얼아트실장 
 
슈퍼크리에이티브 비주얼아트실에는 단계별로 다양한 팀들이 있다. 캐릭터원화팀과 배경원화팀으부터 콘티팀, 이펙트팀, 캐릭터 애니메이션팀, 컷인애니메이션팀, 소품원화팀 등이다. 기획팀에서 시나리오가 넘어오면 비주얼아트실에서는 캐릭터 원화와 배경 원화 팀이 먼저 작업에 들어간다.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캐릭터와 배경을 그리는 작업이다.
 
다음은 콘티팀의 몫이다. 류 실장은 콘티팀의 역할을 비주얼 작업에 필요한 제품설명서를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앞서 만들어진 캐릭터와 배경 이미지를 기반으로 다음 팀들이 어떻게 작업할지에 대해 안내하는 역할이다.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발산할지, 필살기는 어떻게 표현할지 등에 대한 설명서를 만드는 셈이다. 콘티팀은 각 프레임 단위로 미리보기 샘플을 만든다. 가령 캐릭터가 쓰는 스킬의 길이가 5초라고 한다면 5초 분량의 그림을 그린다. 수십, 수백장의 그림을 촬영해서 돌려보고 수정 작업을 거친 뒤 결과물을 다음 팀으로 넘긴다. 
 
콘티팀의 결과물을 기반으로 3개 애니메이션팀들이 캐릭터와 각종 스킬에 효과를 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콘티를 기반으로 세부적인 부분까지 업그레이드하는 셈이다. 이펙트팀이 마무리 작업까지 마치면 최종 결과물이 나온다. 이 모든 작업을 45명의 비주얼아트실 직원들이 절차에 맞춰 진행한다. 
 
정승연 에픽세븐 비주얼아트실 콘티팀장
에픽세븐은 2D 그래픽이다. 정 팀장은 2D 화면에서 고품질의 게임을 구현해야 하는 것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3D 화면보다 공간적 제약이 크다. 상하좌우 움직임과 확대와 축소만 가능한 공간에서 역동적이고 속도감있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해야 한다. 에픽세븐 비주얼아트실은 이러한 2D 화면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컷인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효과를 시도했다. 컷인애니메이션은 캐릭터가 필살기를 사용할 때 1초 내외로 클로즈업되는 효과를 말한다. 이 과정에 20~40장의 이미지가 들어간다. 
 
류 실장은 비주얼아트실을 총괄한다.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에픽세븐은 수집형 RPG이다보니 유저들이 게임에 많이 몰입하는 편이다. 때문에 캐릭터의 모습뿐만 아니라 말투와 포즈 등에서 성격이 잘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필살기 효과를 나타낼때에도 고민을 거듭한다. 필살기를 쓸 때 5~8초가 소요된다. 캐릭터의 준비 자세부터 타격 후 폭발 효과까지를 짧은 시간에 가장 멋있게 담아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인력과 비용의 투입으로 직결된다. 한정된 비용과 기간 속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도록 조율하는 것이 류 실장의 역할이다. 
 
에픽세븐은 슈퍼크리에이티브의 대표 장수 게임이다. 지난 2018년 8월30일 출시된 에픽세븐은 신규 IP(지적재산권)과 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출시 후 이틀만에 구글 플레이 인기순위 2위에 오르더니 5일 만에 양대 마켓에서 매출순위 5위에 진입했다. 2D 그래픽 특유의 색감과 아기자기함을 극대화했고 게임 내 서브·특별 스토리 등을 구현해 신규 IP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힘을 쏟았다.
 
비주얼아트 인재, 경험·흥미갖고 교육받으면 굿 
 
류 실장과 정 팀장은 게임 비주얼 관련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 교육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것을 추천했다. 류 실장은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마블 시리즈의 애니메이션 작업도 했다. 대학은 미대로 진학했지만 바로 취업을 택했다. 전문적인 미대 교육을 받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는 미술이나 그래픽 관련 전문 교육을 받으며 기초를 다진 후 영화를 많이 보거나 여행을 통해 각지의 다양한 시각물을 접할 것을 추천했다. 경험을 쌓다보면 자연히 게임 비주얼을 판단하고 창작할 통찰력이 쌓인다는 것이 류 실장의 지론이다. 
 
정 팀장은 출판만화를 전공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를 좋아해 많이 접했다. 출판만화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인을 따라 우연히 게임회사에 면접을 봤고 원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후 애니메이션에도 흥미가 생겨 애니메이션 작업도 했다. 그도  우선 비주얼 작업에 대한 흥미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퍼크리에이티브 에픽세븐 비주얼아트실의 정승연 콘티팀장(왼쪽)과 류한경 실장이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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