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대금체불 등 하도급법 위반"…하도급업체, 사상 첫 유치권 행사
TSS-GT 근로자 10명, 1조5000억 규모 FPU 점거농성
"하도급 계약성 작성없이 업무 지시, 대금감액 요구"
"협력사 대표 자체자금으로 임금체불 막아"
2020-06-25 15:30:02 2020-06-25 15:30:02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삼성중공업의 하도급업체가 공사 대금 회수 목적으로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1조5000억원 해양설비를 점거하며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하도급 업체는 삼성중공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하도급 대표가 자체 자금을 조달해 임금체불을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의 하도급업체 TSS-GT에 따르면 이 업체 직원 10명이 25일 낮 12시10분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 매드독 Ⅱ를 점거중이다. 
 
TSS의 이번 점거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선박을 하도급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한 첫 번째 사례다. 민법 제321조에 '유치권자는 채권 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 전부에 대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TSS는 삼성중공업이 공사 대금 20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해양 설비를 점거했다는 설명이다. TSS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부유식 해양생산설비 FPU 매드독 Ⅱ의 케이블 포설작업, 관철작업, 배관작업 부문을 하도급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이 납기를 맞춰야 한다며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작업을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하도급업체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채 대규모 인력을 투입, 해양 설비를 건조했다. 
 
삼성중공업 협력사 TSS-GT가 입수한 삼성중공업 내부문서. 
 
삼성중공업 내부 보고 문서에서도 계약서면 미교부와 대금미지급 문제가 확인됐다. TSS가 입수한 삼성중공업 내부 문서에는 "TSS사가 계약없이 작업하고 있는 건들이 과다하고, 이는 서면미교부, 대금지연 지연 등 심각한 하도급법 리스트가 있는 상황"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서면미교부건은 12억7000만원에 달한다. 서면미교부는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를 먼저 쓰지 않고 '선시공 후계약'을 요구한 행태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 하도급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지급방법 등을 정한 계약서 서면을, 공사 개시 전까지 교부해야 하고, 그 서면을 보관해야 한다. 
 
특히 내부문서에는 "현재까지는 TSS대표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임금체불에 대한 이슈를 막고는 있으나 공사가 막바지로 가면서 더이상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임금체불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대금을 미지급했다는 방증이다. 
 

삼성중공업 협력사 TSS-GT가 입수한 삼성중공업. 사진
 
앞서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업체에 선박, 해양플랜트 제조를 위탁하고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혐의로 삼성중공업에 과징금 36억원 부과와 함께 법인 고발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 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TSS-GT는 "삼성중공업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당초 구두로 계약한 하도급대금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거나 결재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터무니 없는 대금감액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TSS는 삼성중공업의 대금 미지급 실태를 밝히기 위해 추가 증거 공개를 예고했다. TSS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강호의 장진영 변호사는 "삼성중공업이 서면 미교부 불법행위를 은닉하기 위해 계약서의 날짜를 조작한 증거, 통화 녹취록 등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증거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소송 등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TSS 주장은 일방적인 것"이며 "이와 별개로 일부 수정작업에 따른 추가 정산은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설비 유치권 행사에 대해서는 "TSS가 출입목적을 속이고 조선소에 들어와 회사의 동의나 승인없이 불법으로 점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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