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국 포크록의 전설이자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79)이 다시 한 번 역사를 썼다. 지난달 19일 발표한 정규 39집 '러프 앤드 라우디 웨이즈(Rough and Rowdy Ways)'를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빌보드 200)에 2위에 올리면서다. 2012년 앨범 이후 8년 만의 자작곡 음반. 이 앨범으로 딜런은 레이디 가가, 포스트 말론, 드레이크 같은 쟁쟁한 후배 아티스트를 제쳤다. NME, 롤링스톤 등 주요 평론 매체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극찬을 받았다.
딜런은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0년마다 '빌보드 200' 40위 안에 신보를 꾸준하게 올려놓은 최초의 가수가 됐다. 1960년대 8장, 1970년대 14장, 1980년대 7장, 1990년대 4장, 2000년대 7장, 2010년대 9장의 음반을 해당 차트 '톱 40'에 올렸다.
1963년 발표한 두 번째 스튜디오 음반 '더 프리휠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으로 빌보드 200에 처음 진입했다. 2009년 발표한 음반 '투게더 스루 라이프(Together Through Life)'로는 이 차트 1위에 오른 '최고령(68세) 빌보드 200 가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딜런의 이번 앨범 성과는 지난 4월부터 조짐이 보였다. 당시 선공개곡으로 발표된 '머더 모스트 파울(Murder Most Foul)'은 빌보드 '록 디지털 싱글 판매' 차트 1위에 올랐다. 딜런이 자신이 부른 곡으로 빌보드 특정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주제로 하는 16분54초짜리 대곡이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이 전 세계 심리학, 문화학적으로 미친 영향을 풀어낸 곡은 가히 딜런 답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곡은 애처로운 바이올린 소리와 정처없이 거니는 듯한 피아노, 음울한 비올라가 뒤섞여 1963년 11월22일 딜리 플라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그 시간, 그 장소로 데려간다. '63년 11월 달라스의 어두운 날/ 앞으로 우리를 불명예 속에 살게 할 그 날'이다.
딜런은 시를 읊조리는 특유의 웅얼거림으로 '대낮의 개 같은 방아쇠 당김(Shot down like a dog in daylight)'이라고 그 사건을 흘리기 시작한다. 당시 아메리카나 문화 황금기가 아른거린다.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비틀스, 우드스톡을 외치는 이들, 자유를 위한 목소리….
음률에 단지 목소리를 얹은 곡은 딱히 기승전결이라 할만한 것 없이 그저 흘러간다. 곡은 2시38분 존슨 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는데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영국의 음악주간지 NME는 "1964년 이미 ‘Chimes Of Freedom’라는 암살을 유추할 수 있는 곡이 있었지만 딜런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를 부인해왔었다"며 "이번 곡은 개인의 안전이 부서지고, 여전히 이기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 인류에게 일종의 자각을 일깨우게 한다"고 했다.
앨범에는 이 곡을 포함해 딜런의 주 특기인 포크·블루스 장르의 10곡이 담겼다. 앨범 유통을 맡은 소니뮤직에 따르면 발매 동시 영국을 비롯한 8개국가에서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1억 장의 누적 판매를 기록중이다.
밥 딜런(왼쪽)과 39집 'Rough and rowdy ways'. 사진/소니뮤직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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