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의당의 일부 의원들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이유로 조문을 거부하면서 당원들의 항의성 탈당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에 직면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이어 또다시 내부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의당의 행보에 대해 '범여권 정당'을 벗어나 '진보야당'으로 홀로서기를 위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13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의당이 박 시장의 조문 문제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당 차원에서는 조문과 그 다음에 피해 호소인을 보호하는 두 가지 조치를 다 취하자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원들의 탈당 선언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선 "탈당하시는 분이 실제로 있다"면서도 "많은 분들은 아니고 또 다른 측에서 고맙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저희로선 좀 진통 과정, 질서 있는 토론과 서로 인식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당은 고인을 추모하는 동시에 피해 호소인을 보호해야한다는 두 가지 입장을 취하는 것이 일반 국민과 당원이 보기에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해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심상정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조문을 했다. 정의당의 행보에 당내 일부 당원들은 탈당했지만 반대로 일부 당원들이 탈당거부 운동으로 나서거나 입당하는 당원들이 생기기도 했다. 류호정 의원은 YTN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당도 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범여권 정당',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정의당은 공식적으로 언론에 '범여권 정의당'이라는 표현 대신 '진보야당 정의당'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고,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 등에서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19일 예정된 정의당의 혁신안 초안 발표는 당 노선 방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근 당 혁신위는 혁신안 초안에 '정의당만의 길을 간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주요 의제로 논의하고 있다. 정의당은 당초 17일 초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이틀 미룬 19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최근 당의 행보와 노선을 둘러싸고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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