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던 김 후보자 청문회는 사실상 '박원순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여야 합의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행안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청문회를 통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집중 조명한다는 계획이다.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청와대는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 여성의 고소 건 유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보고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국회의 요구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권력의 눈치를 보며 국가와 국민 그리고 정의를 등지는 나쁜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당시 고소접수 건과 관련한 유출 경위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공개하라"며 "국회의 자료 제출 및 증인출석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통합당은 이번 사건을 박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를 넘어 여당과 정권 차원에서의 비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는 투쟁력을 상실했던 통합당이 박 시장 사건을 계기로 정국 반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은 또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을 거론하며 경찰의 책임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있다. 부산청이 오 전 시장을 비공개로 소환하면서 '황제 소환' 논란이 일었고, 수사도 소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잇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소권 없음으로 진상규명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 김 후보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경찰의 중립성 문제도 도마 위로 오를 전망이다. 경찰청은 '청와대비서실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청와대에 고소 사실을 보고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박 시장 본인에게 통보한 것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여기에 규정에 따른 보고가 경찰의 중립성을 해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김 후보자는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인 만큼 '박원순 청문회'로 변질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합당이 청문회 증인으로 서울시 젠더특보 등 11명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해 민주당은 청문회 증인과 참고인 의결을 마친 상황에서 추가로 증인을 채택하는 것을 일정상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창룡(맨 왼쪽) 부산지방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위원회에서 열리는 차기 경찰청장 내정 관련 경찰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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