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는 네이버를 비롯한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대전환 국면 속 플랫폼 생태계가 덩치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거래도 오프라인 수준으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자는 취지다. 네이버를 비롯한 오픈마켓, 배달 앱 등 거대 플랫폼들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플랫폼이 입점 업체들에게 상품가격의 과도한 인하를 강요하거나 다른 플랫폼의 입점을 방해하고 귀책사유를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등의 행위 등이 대표적 불공정 사례다.
여당과 청와대도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공정위·청와대는 31일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열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내년 상반기까지 제정한다고 발표했다. 당정청은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8∼10월 온라인 플랫폼 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사진/뉴시스
이같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인터넷 업계에서는 중복 규제, 산업 위축을 우려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독점규제법·소비자보호법·하도급법 등 공정거래 관련 법들이 이미 있는데 기존 법들로 온라인 시장 규제가 불가능한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규제가 생길 경우 토종 플랫폼들만 옥죄고 해외 플랫폼들이 반사 이익을 보지는 않을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정부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들이 소상공인, 스타트업과 하고 있는 상생 관련 활동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정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외에서도 플랫폼을 규제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투명성 규정'을 제정했고 일본은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결국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 준하는 상거래 질서를 잡아나가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거래가 더 늘어나면서 자영업자들은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것이 필수 사항이 됐다"며 "오프라인의 거래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는 것처럼 온라인 거래에서도 건전한 생태계 발전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 하더라도 네이버가 막강한 플랫폼 파워와 자금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거대 자본으로 기존 산업에 진출하면 기존 중소 사업자들은 고사할 수도 있다"며 "모든 거래와 비교를 네이버라는 특정 플랫폼을 통해서만 하게 되는 건 결코 건강한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