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애호박 2개에 6200원이라니…"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다농마트에서 청과물 쇼핑하던 주부 2명은 집어든 애호박을 황급히 내려놓았다. 다른 주부 A씨도 "오랜만에 쇼핑 나왔는데 왜 이렇게 야채 가격이 올랐느냐"고 탄식했다.
서울 지역 도매시장을 관장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이날 100개 품목의 도매 경매가가 하루 만에 일제히 상승했다. 깐쪽파는 특·상·보통·하 등 4개 품질 등급이 모두 상승했으며, 하등급은 10㎏ 기준으로 3만1753원 올라 58%를 기록했다. 5㎏ 들이 오렌지 파프리카도 1만5490원(692%) 오른 1만8106원으로 집계됐다. 복숭아에서는 2배를 기록한 품목들이 속출했다.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급등한 품목들도 있었다. 조선 애호박은 4개 등급이 최소 7.27배에서 최대 12.46배에 이르렀다. 둥근 애호박도 최소 8.46배에서 최대 10.93배의 분포를 보였다.
물건이 동이 난 곳도 있었다. 새농마트에서 고객들은 연신 채소 코너를 보며 "왜 채소가 없지 이상하네"라고 되뇌였다. 캐셔가 카운터에 온 손님의 눈치를 살피며 "비와서 야채가 없느냐"고 물어보는 일도 있었다.
호우로 인한 급격한 상황 변화는 상인들의 매출에 타격을 줬다. 야채 도매 전문 성원상회 직원 B씨는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었는데 장마되니 '반토막'이 됐다"며 "직장에서 입지가 불안한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줬는데 앞으로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명목상 매출이 올라도 걱정인 곳도 있었다. 채소 도소매를 겸하는 '조이썬'의 사장 C씨는 "비 오면 하루 내에 썩어서 다 버리게 된다"며 물 묻은 민트 4㎏이 들어간 봉지를 흔들어보였다. 옆에는 역시 품질 문제로 팔지 못해 늘어놓은 상추들도 놓여있었다. C씨는 "식당 음식 가격은 고정이라 식재료가 비싸진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식당에 물건을 공급할 때마다 외상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가락몰종합유통협의회 관계자는 "청과물이 주로 나오는 중부에 호우가 집중돼, 예년 장마보다 오이가 60% 오르기도 했다"며 "청과물들은 비와도 썩고 햇볕이 뜨거워도 썩기 때문에, 안정화되려면 몇 주는 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농경지 2만7744㏊가 피해를 입었다. 집계된 누적 시설 피해 중 비닐하우스가 5832건에 이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예산 문제로 급등 문제에 마땅한 대처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가격이 내려가면 구입해 기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도매 법인에 산지와 출하량 조절을 협의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일 뿐"이라며 "중앙정부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배추, 고추, 마늘 위주로 수량 조절 예정인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새농마트에서 고객들이 야채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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