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삼성물산 합병 의혹,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등 검찰이 수사한 주요 사건과 관련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참여연대가 이 제도에 대해 "검찰의 자의적 판단과 의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13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열린 10건의 수사심의위원회 중 7건이 검찰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이 중 5건이 검찰총장 직권, 2건이 검사장 요청으로 소집됐다. 사건 관계인의 신청으로 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된 사례는 3건이며, 이 중 2건의 신청자는 삼성물산 합병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피해자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다.
참여연대는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오롯이 자신의 판단으로 소집할 수 있다는 것이고, 실제로 현재까지 총 10차례 중 5건을 직권으로 소집했다"면서 "검찰(총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소집되며, 여론을 무마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이재용 사건과 '검언 유착' 사건 등 사건관계인이 신청한 경우에도 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소집이 이뤄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달 29일 수사심의위원회 심의 결정의 타당성과 기속력, 운영과 역할에 대한 정당성과 적합성 등을 판단하기 위해 관련 내용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대검에 발송했고, 이달 7일 답변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대검은 답변을 통해 수사심의위가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수사에 대해 '권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러나 법률의 위임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청이 예규를 통해 만든 수사심의위는 위원 구성부터 심의위 부의에 대한 판단, 심의위 소집과 운영에 검찰(총장)이 자의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커 앞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기구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위촉에 대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각계의 추천만 받을 뿐 위원을 위촉하는 모든 권한은 검찰총장에게 일임돼 있고, 위촉 기준과 전체 명단은 비공개"라며 "대검은 현재 위촉된 수사심의위 위원이 몇 명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선정 절차에 대해서도 "심의를 위해 현안위원회가 소집될 때 위원장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심의기일에 출석이 가능한 위원 15명을 선정하는데, 무작위 추첨 외 위원 검증 절차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다"며 "심의되는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는 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회피와 기피 신청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사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검은 또한 수사심의위 결과에 대해 주임검사의 수용 여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주임검사의 수용 여부는 대검에서 별도로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아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비공개했다"면서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답변을 사실로 전제하면 수사심의위가 실제에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권고'만 하는 위원회임을 확인시켜 준다"며 "주임검사의 수용 여부조차 작성·관리하지 않는 수사심의위를 대검은 왜 소집하고 운영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제 삼았다.
참여연대는 "현재와 같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떨어지는 검찰의 임의적 판단에 따른 수사심의위의 구성과 운영으로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한 수사심의위를 검찰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막는 방패막이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에 대한 비판을 경청하고, 검찰에게 부여된 기소권의 행사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책임을 지면 된다"며 "검찰이 정말로 검찰에게 부여된 기소권을 국민에게 돌려줄 각오라면 대검찰청예규란 빈약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권고'의 권한만 가진 수사심의위가 아니라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그에 합당한 권한을 가진 기소대배심제도 등의 도입을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 합병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두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6월26일 대검찰청에서 바라본 방향에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검찰 깃발이 함께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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