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광훈에게 한국 교회를 맡길 수 없다
2020-08-21 06:00:00 2020-08-21 06:00:00
최병호 공동체팀 기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는 독일의 목회자였다. 그는 암울했던 2차 세계대전 시기를 살다가 종전을 불과 한달 앞두고 나치에 처형됐다. 아돌프 히틀러를 비판하고 반나치 활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목회자의 정치적 개입을 거부하고 공동체를 통한 인간성 회복을 강조한 그는 극우로 치닫는 독일의 현실에 관해 이렇게 일갈했다. "술 취한 사람이 차를 타고 거리를 지나 시민들 쪽으로 온다면 저는 목사로서 그 미친 자를 운전대에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독재에 항거하다 쓰러진 본회퍼가 반세기 후 한국에서 다시 소환됐다. 세상에! 그를 불러낸 건 다름 아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권과 문 대통령의 하야를 주창하는 극우 행보를 거듭한 인물이다. 특히 지난 주말엔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 코로나19 재유행을 촉발했다. 그는 당시 본회퍼의 말을 인용,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의 퇴진를 외쳤다. 정치적 광풍의 시대에 순수한 기독교인의 역할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한 본회퍼가 이 일을 들었다면 필경 무덤에서 통탄했을 터. 
 
전 목사의 행적을 이 짧은 글에 모두 열거하는 건 어렵다. 그만큼 논란을 많이 일으켰다는 뜻이다. 몇개만 정리하면, 그는 우선 지난해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에 당선될 때부터 분란의 조짐을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기독교 국가로, 기독교 입국론에 맞춰 나라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동성애와 이슬람, 차별금지법은 절대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래 교회는 정치하는 집단"이라고도 했다. 
 
10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일 깨끗한 대통령인데, 억울한 재판으로 감옥에 있다"며 "그를 탄핵한 의원들은 벼락 맞을 것"이라고 했다. 또 "주사파가 철저히 죽여 놓은 박정희 대통령을 부활시켜야 한다"며 "문재인 날강도 같은 놈이 사기를 쳐 가져간 대한민국을 되살려야 한다. 그가 내려올 때까지 집회하겠다"고 했다.
 
일반인 했더라도 정도가 지나쳤다고 손가락질을 받았을 법한 말을 전 목사는 목회자 신분으로 거리끼지 않고 내뱉고 있다.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에선 더 큰 사고를 쳤다.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발언하거나 대인 접촉을 해 감염병 확산을 키운 것이다. 더구나 전 목사와 그의 신도들이 정부에 대한 정치적 반감을 이유로 당국의 방역조치까지 따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 목사는 "이건 외부에서 바이러스 테러를 당한 것"이라고 발언, 국민적 비웃음을 샀다. 오죽하면 그에게 '국민 민폐'라는 멸칭까지 생겨났을까. 
 
전 목사는 마치 사교의 교주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사역 대신 정치판만 기웃댄다. 종교인도 한 나라의 국민일 텐데 법 체계와 국민 정서에 반한 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 목사를 본회퍼가 만난다면 뭐라 말할까. 본회퍼가 했을 말이나 대다수 국민이 그에게 갖는 생각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전 목사는 사회지도층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도 넘는 일탈을 자중하라. 그렇지 않다면 더는 미친 자에게 한국 교회를 맡길 수 없다.
 
최병호 공동체팀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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