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CP, 을들의 의미있는 반란
2020-08-24 06:00:00 2020-08-24 06:00:00
모바일에서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양사는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앱 마켓 시장을 장악했다. 앱을 다운로드 받으려면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구글플레이를,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앱스토어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종 앱 마켓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콘텐츠 제작사(CP)들이 구글이나 애플의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인앱결제 수수료율 30%는 CP들에게 큰 부담이다. 앱에서 사용자들이 결제를 해도 그중 30%는 구글이나 애플 몫이다. CP들의 불만이 있어도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율은 요지부동이다. CP들은 자사의 앱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어렵다. 구글과 애플은 회사의 앱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절대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갑에게 '을'인 CP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글의 수수료율 정책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을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구글은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자사의 인앱결제(IAP) 모듈 사용과 수수료율 30%를 게임 외 모든 콘텐츠 앱에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미 앱 내 구매 기능이 있는 모든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IAP 결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수수료율은 30%다.
 
이에 스타트업들이 모인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이 전기통신사업법의 금지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스타트업보다 덩치가 큰 국내 대기업 CP들도 국회에 구글·애플의 정책이 부당하다고 알리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나섰다. 금융정의연대·민생경제연구소·올바른통신복지연대·한국YMCA전국연맹 등 4곳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구글 앱 마켓 등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 등 부처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제재를 한다면 구글과 애플이 제대로 따라줄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그간 국내 기업들을 규제하면서 동종 업종의 해외 기업은 제대로 규제하지 못해 역차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구글과 애플은 자신들의 거대 플랫폼은 CP들의 좋은 콘텐츠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결제 방식 강제와 높은 수수료로 CP들이 고사하고 좋은 콘텐츠들이 사라지면 결국 그 피해는 구글과 애플의 플랫폼이 입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양질의 콘텐츠가 없는 플랫폼을 찾지 않는다. 
 
박현준 중기IT부 기자(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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