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에 550조원을 초과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한데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편성해 경기회복을 견인하자는 취지다. 코로나19 재유행 여파로 올 하반기 내수경제 위축과 올해 역성장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신속한 회복에 방점을 두고, 전방위적인 경기 지원예산이 필요하다는 절심함을 담은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은 555조8000억원으로 총지출 증가율은 8.5%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546조9000억원 기준으로는 1.6% 증가다. 2019년 9.5%, 2020년 9.1%, 내년 8.5%로 전년보다 증가율은 낮아졌지만 3년연속 총지출 증가율이 8.5%를 넘는다. 경제회복과 한국판 뉴딜 등 필수투자 소요의 차질 없는 뒷받침을 위해 확장적 재정기조를 지속한 셈이다. 이는 적극적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반등의 불씨를 살려내고, 내년 경기회복의 모멘텀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한해 나라 살림의 규모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4% 적자로 편성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관리재정수지 -3.6%로 적자 예산을 편성한 이후 가장 큰 적자폭이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올해 39.8%에서 3차추경 43.5%, 내년 예산 46.7%로 본예산 대비 6.9%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내년 국세수입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법인세 부진 등으로 전년대비 9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총수입은 483조원으로 0.3% 증가에 그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채무와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에서 성장률을 높이고, 또 이것이 다시 재정건전성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재정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한국 뿐 아니라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재정역할을 강화했고, 오히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재정여력이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정소요를 감안해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꼭 필요한 예산만 쓸 수 있도록 재정효율성도 제고키로 했다. 먼저 모든 재량사업의 실적과 성과를 제로베이스에서 분석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축소·폐지해 재량지출의 10% 수준을 구조조정 하기로 했다. 저순위 사업을 감축·폐지하고, 한국판 뉴딜 등 중점분야에 재투자 하는 식이다. 또 3년이상 지속 지원한 보조사업중 사업목적 달성으로 유지가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폐지·축소키로 했다.
공공부문도 고통분담에 참여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직접 사용하는 경상경비를 5% 이상 감액하고, 내년 공무원 처우개선율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은 0.9% 수준으로 결정했다. 아울러 그간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건전성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밑바탕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중기적으로 재정건전성 관리노력을 보다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4년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8.3%,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6%에서 관리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정부는 당장 발생하는 재정 적자를 경기반등의 불씨를 살려내고,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고용안전망 강화의 토대 위에 디지털과 그린 등 2개 축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을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한 핵심 정책으로 삼았다. 내년에 한국판 뉴딜의 물꼬를 틀 수 있게 32조5000억원을 투입한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집행여건을 확보화되 안전망 강화에 80%를 집중키로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일자리 36만개를 창출해 단기 일자리극복 뿐 아니라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취지다.
민간소비와 투자예산도 눈에 띈다. 올해 내수가 빠른 속도로 반등한데는 정부정책 효과가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재난지원금 등이 소비를 다시 촉진케 한만큼 총 20조원의 민간소비를 창출하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과 소비쿠폰 등 예산을 반영키로 한 것이다. 투자 또한 내수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미래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과 공공 양쪽으로 65조9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현 위기가 경제 전시 상황인 만큼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 빠른 진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 위기상황에서는 확장적 재정지출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이후에 재정수지 관련 건전성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재정건전성에 연연하지 말고, 코로나 방역에 성공할 때까지 국민 생계를 보호하고 경제의 공급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다만 확대재정은 어쩔 수 없지만 재정지출을 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곳에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교수는 "현금 뿌리기, 단기성 일자리 같은 세금 퍼붓기식 재정지출보다는 재정투입의 가성비가 좋은 생산적 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하늬·정성욱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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