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이 끝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기소했다. 3년 6개월째 '국정농단' 재판을 받으며 수감 생활까지 했던 이 부회장으로서는 앞으로도 수년간 '사법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삼성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에 이어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나자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가 1일 이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결정하자 삼성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6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 분식 혐의와 관련,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라"고 결정할 때만 해도 삼성 측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전문가·시민들로 꾸려진 수사심의위가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했고 그간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랐던 전례를 생각할 때 불기소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수사심의위 구성 전부터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와 법원 공판으로 '경영위기'를 읍소해왔던 삼성에 이번 기소는 또 하나의 시련이다. 전례없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와 미국·중국 무역 전쟁, 한국·일본 무역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대내 사법리스크 문제로 또 단단히 발목이 잡힌 꼴이다. 재판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대내외신인도에도 더 흠집이 나게 됐다.
이번 사건은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해 검찰 수사만 1년6개월 넘게 진행됐다. 앞으로의 공판도 그에 걸맞은 시간과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2016년 10월 불거졌던 국정농단 뇌물 사건만 해도 4년 가까이 흐른 현재까지 여전히 결론 나지 않고 파기환송심 계류 중이다. 앞으로 불공정 합병 및 회계 분식 재판이 진행될수록 국정농단 사건만큼이나 이 부회장과 삼성이 느껴야 할 피로감도 늘게 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최근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하는 상황에서 이번 기소는 사실상 경영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2016년 시작한 국정농단 사건이 내년까지 이어진다고 봤을 때 이번 기소 건도 그만큼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수를 고려하고 앞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도 삼성 입장에서 우려할 부분이다. 이 부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1년 가까이 총수를 잃는 풍파를 겪어야 했다. 이제 삼성은 또 한 번의 리더 부재라는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루하고도 험난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이는 반도체·스마트폰·생활가전 등 사업 전 부문에 걸쳐 시시각각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이 부회장에게도 치명적인 경영 리스크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지만, 활동의 핵심 추가 경영이 아닌 공판에 쏠리게 되면서 이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신의 신변을 방어하고 사법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수록 삼성의 경영은 비정상화 문턱에 다다르게 된다.
지난 5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는 논란이 안 생기도록 하겠다"며 함께 내세운 '뉴삼성 건설' 계획은 이번 기소로 제동이 걸렸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화성사업장을 시작으로 지난달 수원사업장까지 16번의 공식 현장 경영을 이어가며 의욕을 드러냈으나 당분간 이러한 광폭 활동에는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앞선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이날 발표한 내용을 봐도 지금까지 수사를 진행한 회계 내용은 일부에 그치고 이전부터 계속 언급됐던 합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검찰 스스로 회계 수사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이번에 수사심의위 권고 사안을 처음으로 거스르면서까지 기소를 강행하면서 앞으로 삼성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은 그만큼 힘들게 됐다"라고 우려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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