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내년 재보선 때는 국민소환·발안제 개헌을
2020-09-10 06:00:00 2020-09-10 06:00:0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9월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국민소환제는 실종된 느낌이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으나 개별 의원 차원의 일일 뿐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국민소환제 법안을 확정했다는 말도 없고,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입법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또 어물쩍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헌법 개정안이나 법률안을 직접 안건으로 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역시 총선 이후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총선 전 국민발안제를 도입하는 원포인트 개헌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을 때,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표결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래통합당(지금의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그러면 총선 이후에 다시 추진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역시 아무런 언급도 없다.

이처럼 말로만 하고 실제로 도입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20대 국회 때에도 법안만 발의해놓고는 통과를 시키기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는 의원들이 많았다. 그렇게 할 것이라면 차라리 법안 발의를 하지 않는 게 더 낫다.

2016년 가을부터 일어난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이 가장 높은 공감대를 보인 것이 바로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도입이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잘못을 했다면 중간에 해임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국민소환제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찬성은 78%, 반대가 16%였다. 국민발안제도에 대해서도 찬성이 77%가 나올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가 높았다. 그러나 의원들은 속으로는 국민소환, 국민발안제의 도입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 그 이유는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도입될 경우 자신들의 권한이 축소되고, 주권자인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국민소환, 국민발안제 도입이 필요하다. 지금 의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살펴보라. 국민들의 세금을 엉터리로 쓴 사례,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례, 각종 직권남용 의혹들, 부동산 등 재산축적을 둘러싼 의혹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모든 관리감독이 '셀프'로 진행되는 국회의 특성상 이런 의혹들도 그냥 슬그머니 넘어간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지만 검찰도 국회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 또 검찰 스스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니 국회에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감사원이 있지만 국회 앞에서 감사원의 감사는 멈춘다. 국회에서 사용하는 예산에 대해 자료확보조차 제대로 못 하는 것이 대한민국 감사원의 수준이다.

그래서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를 통제하기 위한 국민소환제의 도입이 절실하다. 제도의 오·남용 우려가 있다면 제도를 설계하면서 최대한 그런 우려를 줄이면 된다. 전통적인 대의민주주의 국가인 영국에서도 2015년 국민소환제를 도입했다. 그런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 국민발안제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가 33년이 지나도록 스스로 헌법을 한 줄도 고치지 못하는 무능함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국민발안제를 도입해서 국민들에게도 입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도입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헌법을 개정하는 논의를 하면 된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도 높고, 정치권도 이를 인정한다. 그렇다면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면 된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때에는 서울과 부산 등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한다. 상당히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대형 선거가 될 것이다. 내년 재보궐선거에 맞춰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포함해 우선 합의되는 사항부터 먼저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이라도 국회에서 합의를 하고 의원 재적 3분의 2가 찬성한다면 국민투표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만약 의원 가운데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싫으면 솔직하게 싫다고 하라. 개헌을 하기 싫으면 솔직하게 '하기 싫다'라고 하라. 그러면 유권자들이 표로써 심판하면 된다. 더는 주권자를 기만하는 행태는 그만하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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