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지난 5개월 간
두산(000150)그룹의 자산매각이 숨가쁘게 이뤄졌다. 고강도 자구안을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알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042670)까지 매각에 나서며 조만간 자구안 이행의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날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매각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8000억~1조원 수준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비입찰에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참여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267250)는 이날 재무적 투자자인 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와 컨소시엄을 꾸려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래픽/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글로벌 '빅5' 건설기계사로 도약?
현대중공업지주는 그동안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꼽혀왔다.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쟁사이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점유율은 40%, 현대건설기계와 볼보건설기계가 각 25%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 건설기계시장을 완전히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세계 건설기계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질 수 있다. 2018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은 3.7%로 9위, 현대건설기계는 1.5%로 2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수하면 세계 5위인 볼보건설기계(5.2%)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앞서 지난달 초 현대중공업지주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추진한다는 언론보도에 즉각 "인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가 재무적 투자자들과 7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벌이고 있어 재무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산그룹이 소송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물어야 할 배상액을 모두 책임지기로 하면서 소송 부담이 해소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DICC 소송에 대해 두산그룹이 책임진다고 하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또 재무적 투자자가 공동인수를 제안하며 재무적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그룹
자구안 이행 마침표 찍을까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사실상 두산그룹의 자구안 이행이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지난 4월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은 대가로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했다. 두산은 계열사 및 자산 매각, 유상증자를 통해 오는 2023년 5월까지 3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자구안 이행은 골프장 클럽모우CC(1850억원) 매각에 성공하며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클럽모우CC는 두산중공업이 2013년부터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서 운영해온 대중제 27홀 골프장이다. 두산중공업 지난달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과 클럽모우CC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은 매각대금 1850억원 중 일부 회원권 입회보증금 반환 비용 등을 제외한 1200억원으로 채권단 차입금을 첫 상환했다.
이외에도 (주)두산은 두산솔루스와 모트롤 사업부를 매각하며 자구안 이행 속도를 냈다. (주)두산은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두산솔루스 지분 18.05%를 2382억원에 팔았다. 대주주 지분 34.88%는 마찬가지로 스카이레이크에 4604억원에 매각해 총 매각대금은 6986억원이다. 또 모트롤사업부(4530억원)는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네오플럭스(730억원)는 신한금융지주에 넘어갔다.
최근에는 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매각하며 자구안 이행 7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두산은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1조3000억원으로 예정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투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안 이행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며 "자산매각을 통해 차입금 상환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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