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여러 가지로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당장 코로나19라는 글로벌 팬데믹이 제일 큰 사건으로 기록되겠지만, 팬데믹은 사스와 메르스 때도 있었기 때문에 처음은 아니다. 아마 화상 차례가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큰집, 부모님댁에 모이지 않고 화상으로 모여 한가위 차례를 지낸 가족들이 많았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송편을 빚고 음식을 나눠 먹지는 못했지만, 해외에 나가 살아서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들도 온라인으로 만나는 반가운 경험을 했다. 오랫동안 내려오던 민족의 전통이 바뀌는 시점이었다. 아마 멀리 있어 자주 내려가 뵙지 못하던 부모님, 친지들을 앞으로는 화상으로 자주 만나자는 덕담들이 오갔을 것이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같아서는 내년 설날에도 온라인으로 차례를 지내는 가족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화상으로 차례를 지낸 가족들은 '명절 증후군'을 겪지 않을 것이다. 명절을 보내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겪었다. 여성은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 및 뒷처리와 같은 가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남성은 장거리 운전에 따른 피로, 가족들도 장시간 차량에 시달렸다. 시댁이나 처가댁에서의 정신적 스트레스, 시누이와 올케 갈등, 며느리와 시어머니 갈등은 가정 폭력, 심지어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화상 차례의 이런 저런 장점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전통이 이렇게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먼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언택트(비대면), 온라인 원격근무, 재택근무를 경험한 사람들은 원격근무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은 원격근무를 꺼리고 있다. 원격근무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갑자기 실시된 데 따른 불안감이 남아 있고,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원격근무 경험을 통해 많은 회사들과 직원들은 원격근무, 온라인 업무 툴(화상회의, 협업 어플리케이션)을 경험했고, 효과적인 업무 도구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그동안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스마트 워크 툴을 도입하고, 고정 책상을 없애고, 어디서나 심지어 이동하면서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쉽게 원격근무,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었고, 지금도 IT 기업들은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지속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온라인으로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툴이나 원격 재택근무 툴은 사실 같은 툴이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똑같은 툴을 사용하고 있는데 단지, 팀원이 눈에 보이는 자리에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물론 그 차이가 가져오는 심리적 간극은 크지만, 심리는 경험을 통해서 바뀌기 마련이다.
이제는 생산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고,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하이브리드 또는 분산 업무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재택+사무실, 온라인+오프라인, 가상+현장 작업 등이 혼합된 모델이다. 원격근무의 장점은 개인에 맞는 유연한 근무, 자율성, 삶과 일의 균형, 직원 만족, 개인 및 소규모 팀의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교통비 및 사무실 비용), 유능한 인재 유치 등의 효과가 있다. 반면에 사무실 근무는 동료와의 상호작용과 멘토링, 유대감, 안정성, 응집력, 조직문화 혁신, 신규 직원의 조직문화 적응 등의 장점이 남아 있다.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은 원격 및 재택근무의 이점과 사무실의 긍정적인 커뮤니티 효과 간의 균형을 맞춰 최적의 효과를 내는 데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 구현은 쉽지 않은 과제다. 기업의 업무 특성과 업무 방식, 조직문화, 온라인 업무 툴의 도입 정도, 협력 업체와의 관계 등에 따라서 최적화의 비율, 방식이 다르게 된다. 그렇더라도 기본적인 성공 요인은 직원의 집중적인 업무 수행과 효율적인 직원의 연결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그 핵심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조직의 유연성과 민접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업무모델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전세계적으로 업무 모델 경쟁이 시작됐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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