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코로나19로 중단된 메가 컨테이너선(컨선) 발주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중국 조선사가 한국을 제치고 수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동안 한국의 '수주텃밭'이었던 메가 컨선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5일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메가 컨선 발주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 MSC가 2만3000TEU급 컨선 최대 6척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외신은 MSC가 이미 후동중화조선, 강남조선과 건조의향서(LOI)까지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선사는 발주 전 단계로 조선소와 투자의향서를 먼저 체결하고 큰 상황 변화가 없으면 대부분 최종 계약으로 이어진다.
아직 MSC가 중국 조선사와 정식 건조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국제선박왕은 MSC가 중국 금융기관과 협력해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한 만큼 조만간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중국 옌톈에서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만4000TEU급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HMM
실제로 컨선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 조선업계 입장에서 뼈 아프다. 메가 컨선 시장은 한국의 수주텃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7년 MSC로부터 2만2000TEU급 6척을 수주했고 2018년
HMM(011200)(옛 현대상선) 2만4000TEU급 5척, 2019년 대만 에버그린 2만3000TEU급 6척을 확보했다. 대우조선해양도 2017년 MSC 5척을 수주한데 이어 지난해에 추가로 5척을 따냈다. HMM으로부터 수주한 7척도 있다. 이로써 국내 조선사가 지난 3년간 수주한 메가 컨선은 모두 34척에 달한다. 반면 중국은 올해 OOCL로부터 수주한 5척을 합쳐도 지난 3년간 18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발주량이 예상보다 크게 저조한 탓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발주된 1만2000TEU급 이상 컨선은 7척(56만CG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국내 조선 빅3는 2만TEU급 이상의 메가 컨선 수주는 고사하고 컨선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상반기에 OOCL이 메가 컨선 5척을 발주했지만 그 마저도 중·일 합작 조선소 난퉁코스코가와사키조선(NACKS)과 다롄코스코가와사키조선(DACKS)이 각 3척, 2척을 가져가며 독식했다.
조만간 발주가 예상되는 MSC의 컨선 물량도 중국이 따낼 공산이 커 보인다. MSC는 발주 예정인 선박에 2020년부터 시행된 황산화물(SOx) 배출규제를 만족하기 위해 배기가스 세정장치 스크러버를 설치할 예정이다. 척당 선가는 1억4500만~1억4800만달러 수준으로 총 8억9000만달러 규모다.
중국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물량은 이뿐만 아니다. OOCL은 상반기에 이어 2만3000TEU급 7척 추가 발주를 고려하고 있다. OOCL은 지난 2017년 중국 최대 해운사 COSCO가 인수했다. 이 물량 역시 중국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자국 조선소에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국이 메가 컨선을 수주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 하팍그로이드가 코로나19로 연초 보류했던 메가 컨선 최대 12척(옵션 6척 포함) 발주 계획을 재개했다. 하팍그로이드는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시스템으로 발주할 계획이며 국내 조선 빅3와 중국 후동중화조선, 강남조선 등이 수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한국은 기술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상승하면서 하팍그로이드를 중심으로 발주 재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며 "중국도 메가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있는 만큼 중국이 수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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