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에 주거·고용불안까지…“이래도 아기 낳으라고?”
청년 대다수 저출산 이유로 '높은 주거비' 꼽아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 집값 오르면 출산율↓
육아휴직 등 기업 양극화도 출산율 낮추는 요인
육아휴직 보장 시 "아이 낳겠다" 응답 3배 늘어
입력 : 2024-04-24 18:30:00 수정 : 2024-04-25 09:24:04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저성장에 월급은 오르지 않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까지 가중되면서 연애는 '사치', 결혼은 '특권', 출산은 '고통'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신생아 출산 가구에 전세자금 융자를 지원하는 등 각종 세제지원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16년간 투입한 예산만 280조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합계출산율 전망치는 0.68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2018년부터 1을 밑돌더니 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홍콩 제외 꼴찌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과 밀접한 주거, 고용의 불안 요인을 걷어내야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출산 '주거 불안'…"공공임대 늘려야"
 
'주거 불안'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에 청년이 몰린 상황에서 서울의 높은 주거 비용은 출산만 아니라 결혼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 평균 분양가는 11억2000만원, 지방은 5억4000만원이었습니다. 이는 5년 전 대비 30% 이상 뛴 수준입니다.
 
문제는 집을 한 채 사려면 약 6~15년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모아야 한다는 겁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2년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6.3배로 나타났습니다. 주거실태조사에서 2022년 기준 서울 자가 가구의 PIR은 15.2배였습니다.
 
높은 주거 비용은 저출산과 직결되고 있습니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 동향'에서는 20대의 32.7%, 30대의 33.7%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혼수비용·주거 마련 등 결혼자금이 부족해서'라고 꼽았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보고서를 통해 주택 매매가가 1% 오를 시 다음 해 출산율이 0.00203명 떨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세가가 1% 오를 시에는 0.00247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저출산 해법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구한 결과, 주택 가격 하향 안정화와 더불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하향 안정화와 더불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최근 토지주택연구원이 공개한 ‘저출산 대응 주택 정책 및 계획 방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공공임대주택 거주 가구의 평균 자녀 수는 1.12명으로 민간 전월세 임대주택 거주 가구(0.99명)보다 약 0.13명 많았습니다.
 
이기봉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는 저출산 문제를 고려할 때 다인 가구가 조금 더 공공임대주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육아휴직만 보장해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내놓은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업체 규모에 따라 근로조건 차가 컸습니다.
 
임금 격차만 놓고 보면 2022년 5~9인 사업체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 절반 수준인 54%에 불과했습니다. 비교적 큰 규모인 100~299인 사업체 임금도 71%에 그쳤습니다.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10~29인 사업체의 경우 '출산 전후 휴가 제도가 필요한 사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3%를 기록했습니다. 5~9인 사업체는 이 비율이 33.9%로 더 많았습니다.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지 못한 비율도 각각 49.2%, 52.2%였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으려는 취업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대졸 신입사원 취업경쟁률은 2008년 26.3 대 1에서 2017년 35.7 대 1로 높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육아휴직 제도만 잘 구축되더라도 출산율이 확 늘어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20~30 기혼 여성 300명을 조사한 결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둘 다 보장되는 회사에 다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출산 의향이 6배 이상 높았습니다. 육아휴직만 쓸 수 있어도 아이를 낳겠다고 답한 사람이 3.6배 증가했습니다.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 화두인 '저출산 문제'는 대기업 일자리 부족과 관계있다"며 "중소기업에선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4일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 화두인 '저출산 문제'는 대기업 일자리 부족과 관계있다"며 "중소기업에선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임지윤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