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축' 이란 보복 초읽기…중동 '폭풍전야'
"이란·대리세력, 24시간 내 공격"…이스라엘, 최고 경계태세 '격상'
2024-08-13 16:56:47 2024-08-13 18:14:09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왼쪽)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손을 맞잡은 모습의 장면이 지난 5일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가에 크게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피살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이 이스라엘을 벼르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도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공식 확인하면서 긴박하게 움직이는 중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에 대비해 군의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습니다. 파리 올림픽이 끝나자 중동 정세가 다시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로 진입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하니예가 피살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이 24시간 이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아랍 매체 <스카이뉴스아라비아>는 이란이 유대교 명절 '티샤 베아브' 기간을 노려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브리핑을 통해 "이란 혹은 그들의 대리인이 며칠 이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습니다.
 
중동 긴장에 '조지아함 배치'…블링컨 중동 '급파'
 
이스라엘은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군 경계 태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대응 태세 강화에 나섰습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공격과 방어에 있어서 최고 수준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위협을 탐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 상공을 지나는 이스라엘 공군 항공기 순찰 횟수를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근거해 '다전선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도 이스라엘 보호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란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유도 미사일을 탑재한 핵잠수함 '조지아함'을 중동 지역에 배치시켰습니다. 또 F-35C 전투기를 탑재한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호 타격 전단에 대해 더 빨리 중동으로 향할 것을 지시하며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체제를 강화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바빠졌습니다. 이란의 공격 자제를 촉구하며 설득에 나섰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 정상은 통화 후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이 현재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공격 위협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스라엘·카타르·이집트 등 중동 지역을 직접 찾아 갈등을 완화시킬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이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에 대한 레바논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확전 부담에도 '이란 보복' 재확인…일촉즉발 '중동'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정당성을 주장하며 위협을 이어갔습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의 통화에서 "국제법과 규정에 따르면 침략당한 국가는 자기방어의 권리, 침략자에게 대응할 권리를 가진다"며 보복 공격 의사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듯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향해 로켓 수십 발을 쐈고,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등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대가 긴장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이란이 전면전을 우려해 보복의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이란은 현재 테헤란 중심부에서 벌어진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하니예 암살을 없던 일로 넘어갈 수가 없고, 그렇다고 막강한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오히려 섣부른 보복에 나섰다가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이스라엘의 배후에 미국이 있는 점도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과의 대화를 내세워 당선됐습니다. 자칫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이 전면전으로 번지게 되면 향후 미국과 전쟁을 해야 하는 국면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란은 전면전으로 가는 게 유리하지 않고, 확전을 자제하는 게 국가 이익에 맞다"며 "이란은 (확전을 바라는 이스라엘 전략에) 말려들어 가지 않는 게 합리적인 선택인데, 과연 이스라엘이 저렇게 도발하는데 그 정서가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동 내에 두 가지 힘이 지금 맞붙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이익인 이란 쪽과 확전이 유리한 이스라엘 간의 힘 중 누가 우세하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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