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재의 표결에서 부결되면서 자동 폐기됐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을 '정쟁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부결을 당론으로 추진했는데요. 그럼에도 여당에서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측되면서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여당 내 균열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김대남 녹취' 등을 둘러싸고 윤·한(윤 대통령·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갈등이 증폭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수직적 당정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용산 이중대'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한 대표에게도 여당의 균열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불어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공식이 반복되면서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안 처리 등을 앞두고 여야의 경색 정국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일대오' 깨진 여…표 단속에도 '균열'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300명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표결을 진행했습니다. 무기명 투표 결과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4·반대 104·기권 1·무효 1표, '채상병 특검법'은 찬성 194·반대 104·무효 2표, '지역화폐법'은 찬성 187·반대 111·무효 2표로 3개 법안 모두 부결됐습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의원 전원이 출석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와야 통과가 가능한데요. 결과적으로 이탈표는 8표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석수와 김종민 무소속 의원, 무효·기권표를 고려하면 여당에서도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날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균열의 조짐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지난 3일 한 대표를 제외한 여당 원내 지도부, 상임위원장·상임위 간사단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는데요. 표 단속에도 불구하고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은 여당 내에서도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방어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이와 별개로 여당 원내 지도부도 재표결을 앞두고 표 단속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기류는 더욱 분명해지는데요. 여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은 원내부대표단이 조를 짜서 여당 의원실을 돌며 부결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탈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결국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은 여당 내에서도 특검법을 둘러싼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균열이 시작됐다는 반증으로 해석됩니다.
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3개 법안이 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눈높이' 외면한 한동훈…여전히 '용산 2중대'
'김건희 특검법'은 부결됐지만, 여당 내 균열 조짐은 한 대표로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취임 후에도 수직적 당정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여전히 '용산 2중대'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한 대표는 지난 3일 "(김 여사 문제에 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당 내외 많은 분들 생각을 안다"면서도 "통과되면 사법시스템이 무너진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밝혀 사실상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자신의 약속과는 모순된 행보를 보였는데요. 일단 특검법을 막아 당정갈등의 빌미는 없앴으나, 김 여사 '방탄'에 앞장선 것으로 비쳐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평가입니다. 정치권에선 김 여사에 대한 국민 거부감이 상당해 '방탄 정당' 비판과 함께 역풍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옵니다.
실제 최근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커지면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번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뉴스토마토>가 지난달 5일 단독 보도한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더불어 같은 달 23일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SGI서울보증 상근감사)의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 등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은 날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여권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커지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읽힙니다.
일단 민주당은 오는 11월 특검법 재발의를 벼르고 있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을 통한 폐기가 무한 반복되는 '도돌이표'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안 처리 등을 두고 여야의 경색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날 최대 4표의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여당 의원 일부가 '부결' 당론을 따르지 않은 점이 향후 정국 변수로 떠올랐는데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탈표로 여권의 단일대오가 깨졌다는 지적에 "저는 그렇지 않다"며 "단일대오가 확고히 유지되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편 폐기된 3개 법안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지난 2일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국회로 되돌아왔습니다.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를 포함해 지금까지 각각 한 차례, 두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바 있습니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이 부결된 직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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