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EO세미나 돌입…관전 포인트는 '리밸런싱'
31일 세미나 개막…최태원·최창원 등 주요 경영진 참석
사업 재편 성과 및 SKMS 실천 강화 논의
AI·반도체·에너지솔루션 사업 방안 모색
2024-10-30 16:13:04 2024-11-05 14:51:4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SK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세미나가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립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이끈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합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성과를 점검하고 후속 추진 과제를 중점 논의합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경영진들은 사업 운영개선과 SK그룹의 경영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수펙스 추구 문화 등의 실행 성과를 점검합니다. 특히 지난해 말 수펙스 수장을 맡은 최창원 의장이 선제적으로 리밸런싱을 추진해온 만큼, 하반기에 이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리밸런싱의 큰 틀은 중복 투자를 없애고, 업무 통·폐합을 통한 조직 슬림화, 이에 따라 사업 간 시너지는 내는 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방만 경영을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자구책 마련이 병행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SK는 지난 6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재무 안정성을 제고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을 극대화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분야의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습니다.
 
이후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을 추진하며 계열사 사업 안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 SK에코플랜트·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에센코어 통합 등을 추진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세미나 기간인 다음달 1일 SK E&S와의 공식 합병을 앞두고 조직 재정비에 나선 상황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면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 됩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1월부터 매주 토요일 임원들을 회사로 소집하는 '커넥팅 데이' 시행을 예고하며, 조직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인적 쇄신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4일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3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습니다. SK에너지 사장에는 김종화 SK에너지 울산 CLX 총괄이, SK지오센트릭 사장으로는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머티리얼사업본부장이 각각 선임됐습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은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맡습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이들 3개사를 비롯해 SK온,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어스온, SK엔텀 등 9개 사업 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SK그룹은 사업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필두로 고강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리밸런싱 기조에 따라 계열사 임원 감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조기 임원 인사를 실시한 SK지오센트릭는 화학 업종 부진을 감안해 임원 수를 기존 21명에서 18명으로 14% 감축했습니다. 
 
앞서 SK에코플랜트 인사에서는 임원 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23%로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12월 첫째주로 전망되는 이번 정기 인사에는 다른 계열사에서도 CEO 교체와 임원 축소 등의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사진=연합뉴스)
 
이번 CEO세미나의 관전포인트는 리밸런싱 성과로 모아집니다.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방만한 투자를 지적했던 만큼, 최창원 의장 지휘 하에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SK가 핵심 사업영역에 집중하는 동시에 재무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SK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리밸런싱에 대해 "전적으로 그런 계열사의 구조조정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보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된다"며 "다양한 그룹들의 구조조정 이슈가 남아있는데 5∼10년 내 정리가 안 되면 향후 산업 재편이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그룹의 구조조정은 그 사정을 제일 잘 아는 그룹에서 판단했기 때문에 각 경영진의 의사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며 "구조조정으로 발생 가능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적절히 나눠주려는 의도가 있었느냐에 대한 설득 문제에서 SK는 일부 미진한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관련된 노력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비대해진 몸집 줄이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초 716개이던 SK그룹 종속회사(SK㈜ 연결 기준)는 상반기 말 667개로 49개(6.8%) 줄었습니다.
 
특히 이번 CEO세미나에서는 3분기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의 경영 성과에 대한 진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AI와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전망입니다. 
 
그룹 차원의 '원팀 솔루션 패키지'에 대한 토론과 의견 교환이 오고 갈 전망입니다.  최회장은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4 당시 간담회에서 "각 계열사가 따로따로 (고객을) 만나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만나 패키지나 솔루션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도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설루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직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SK그룹의 고유 경영 철학인 SKMS 실천 강화도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입니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했으며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되고 있는 SK 경영의 근간입니다. 
 
CEO 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그룹 3대 회의로 꼽힙니다. 이번 세미나에는 SK이노베이션 계열 자회사, SK에코플랜트 등 새로 선임된 CEO들과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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