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건설산업 불황이 장기화하자 건설업계가 수장 교체 등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본격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인적 쇄신뿐 아니라 전반적인 조직을 재정비하는 '슬림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같은 인사·조직 개편의 배경에는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을 극복하고 건설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를 대비하는 복안으로 풀이됩니다.
대우건설, 대규모 조직개편…팀장급은 40% 교체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1일 대규모 조직 개편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먼저 기존 7본부 3단 4실 83팀에서 5본부 4단 5실 79팀으로 기구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여기에 대내외 소통능력과 업무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전면 배치했습니다. 이를 위해 팀장의 약 40%를 신임 팀장으로 교체했고 최초로 여성 엔지니어 출신인 박선하 상무를 선임했습니다.
조직의 경우 재무전략본부와 대외협력단을 재편하고 스마트건설기술연구팀 신설, 해외 수주 가속화를 위한 베트남 현지법인 조직도 재정비했습니다. 대우건설은 내년 3월 오너 일가인 김보현 신임 대표이사 체제 출범을 앞두고 이 같은 쇄신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며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체계 강화를 통해 지속성장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수장 '교체 유력'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장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현대건설의 새 수장에는 1970년생인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전무)가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계동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현대건설은 현 윤영준 사장 체제 하에 1조원대 사우디 송전선 사업 등 해외수주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PF 부실 리스크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국내 건설업황 악화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3.1% 감소하는 부진도 겪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새 대표이사에는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인 주우정 부사장이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홍현성 현 대표이사 부사장의 3년 임기가 만료된 상황에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히는 주 부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새로운 선장을 맡을 것이 유력합니다.
DL이앤씨·SK에코, 예년보다 빠른 '임원 인사' 단행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도 지난달 임원 인사 등을 단행했습니다. 양 사 모두 이전보다 두달여 빠른 일정으로 임원 인사를 진행했습니다.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DL이앤씨는 조기 인사를 단행하며 임원 6명을 신규 선임했습니다. 지난해보다 3명이 줄어든 규모입니다. 지난 3월 전체 임원의 3분의 1이 물러나는 대대적인 개편 이후 임원 수를 더 줄였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사장이 3명이 바뀌는 어수선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풀이됩니다.
SK에코플랜트도 10월에 기존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신규 임원 2명이 승진했습니다. 전체 임원수는 종전보다 20% 가량 줄었습니다. 건설 산업 비중을 줄이고 환경과 에너지 분야를 확대하는 조직개편도 병행됐습니다.
대형 건설사에 부는 이 같은 인사·조직 개편 칼바람은 업황 부진에 따라 어느정도 예견됐다는 평가입니다. 임원 감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효과적으로 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는 분석이 따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등 최종 생산품의 개별 단가가 높은 건설업계는 일반 소비재 업계에 비해 공급 측면을 자극한다고 수요가 움직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위기가 닥쳤을 때 인적 쇄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주로 택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다만 국내 주택산업 불황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지속 발굴하는 차원에서 과거에 비해 연구개발(R&D) 조직을 축소하는 경우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현장 경험을 갖춘 젊은 임원이나 이른바 '재무통'으로 불리는 내외부 인사를 수장 자리에 앉혀 업황이 좋아질 때까지 어느 정도는 유지를 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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