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공공부문 부채가 사상 최대로 늘었다. 여기에 나라 살림 적자가 10월 누계 기준 역대 세 번째를 기록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부문 부채가 1673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8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정부 부채는 1200조원대로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회계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고채를 늘린 영향으로 보입니다.
특히 나라 살림 적자 규모는 올해 10월까지 지난해 대비 약 24조원 늘어났습니다. 10월 누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치인데요. 실질적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올해 10월 말 기준 75조원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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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채 5년간 증가…회계적자 메우다 국고채↑
기획재정부가 '2023년도 일반정부 부채 및 공공부문 부채'를 12일 발표했습니다. 공공부문 부채는 167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2022년 1588조7000억원에서 84조6000억원(5.3%) 늘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774조6000억원(86.1%)이 불어난 것입니다. 한국의 공식 국가부채 통계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체단체 부채의 합계인 국가채무와 일반정부 부채 등 3개 유형으로 관리합니다. 공공부문 부채는 일반정부 부채에 비금융공기업 158개사의 부채를 더한 값입니다.
부채가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나면서 GDP 대비 부채비율이 전년보다 1.3%포인트 오른 6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채비율은 지난 2022년 70% 이미 넘겼었으나, 지난 6월 한국은행이 GDP 기준연도를 바꾸면서 수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됐습니다. 그러나 증가 추세는 여전한데요. 2017년과 2018년에 부채비율이 줄면서 2019년에 55.5%를 기록한 후 매년 늘어났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으로 정부 재정을 대폭 투입하면서 2020년 부채비율이 6.7%포인트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부채는 나라살림 적자를 메우는 과정에서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부채의 70%를 차지하는 일반정부 부채를 보면 지난해 1217조3000억원으로 전년 1157조2000억원에서 60조1000억원(GDP대비 비율 50.7%)이 증가했습니다. 이 중 58조6000억원이 일반회계 적자보전을 위한 국고채 증가 영향이었습니다. 차입금은 민자사업의 부채 증가로 8000억원가량 늘었고, 기타 미지급금이 3조원 증가했습니다.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545조4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517조4000억원에서 28조원 늘었는데요. 증가분의 절반 정도는 한국전력공사 및 발전자회사가 차지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정책사업 확대로 빚이 6조8000억원 증가했고, 한국도로공사는 건설재원을 조달하면서 2조4000억원의 빚이 증가했습니다.
김완수 재정정책국 재정건전성과장은 "지난해 외부 영향으로 인해 에너지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및 발전자회사가 전력구입대금에 많은 금액을 지출했고, 이밖에도 설비투자를 위해 차입금·공사채를 늘리면서 부채가 12조9000억원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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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재정수지 적자 75조↑…"이후 더 커질 듯"
'월간 재정동향 12월호'도 이날 발표됐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1~10월 누계 관리재정수지는 75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월간 재정 동향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10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큰 적자 규모입니다. 10월 기준 나라살림 적자가 가장 컸던 때는 2020년(90조6000억원)과 2022년(86조3000억원)이었습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금액으로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총수입은 세외수입과 기금수입 증가로 1년 전보다 6조2000억원 증가한 498조7000억원입니다.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1조7000억원 감소해 293조6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법인세는 올해 10월까지 기업들의 영업 부진 및 정부의 세금 감액 정책으로 17조9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반면 소득세(2000억원)와 부가세(6조1000억원)는 증가했습니다.
세외수입은 24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조5000억원 늘었습니다. 기금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16조4000억원 증가해 180조9000억원이 집계됐습니다. 이에 따라 총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한 498조7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총지출은 전년동기 대비 26조3000억원 증가해 629조1000억원입니다.
11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7조8000억원입니다. 1~11월 국고채 발행량은 156조2000억원으로 연간 총 발행한도의 98.6%입니다. 11월 조달금리는 2.9%로 전월(2.93%)대비 소폭 하락했습니다. 응찰률은 332%로 전월(318%) 대비 하락했습니다. 또 지난달 외국인 국고채 순투자는 소폭 순유출됐습니다.
김완수 과장은 "지난달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우리나라 내년 경기전망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며 "관리재정수지는 10월에 부가가치세가 많이 들어오며 다소 개선됐으나, 부가가치세를 걷지 않는 11~12월에는 적자 폭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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