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한동인 기자, 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습니다.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고 오는 14일 표결에 나섭니다.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부결에 그치면서 멈췄던 탄핵 시계가 다시 빨라지는 흐름인데요. 특히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해에 가까운 대국민 담화가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입니다. 여당의 기류 변화도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성난 민심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 찬성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면서 탄핵 시계의 가속도가 붙었는데요. 두 번째 표결을 이틀 앞두고 윤 대통령 운명의 시간이 도래한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동훈도 돌아섰다…'탄핵안 가결' 초읽기
이날 오후 기준(15시) 국민의힘에서는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두 번째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의원들은 총 7명으로 늘었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진종오 최고위원과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찬성 의사를 밝혔는데요. 진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고, 한 수석대변인은 "우리 선택이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신속하게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조경태·안철수·김상욱·김예지·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7명입니다. 이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박탈,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에서 191석으로 줄면서 여당 이탈표는 최소 9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당에서 2명만 추가로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은 가결됩니다. 다만 정치권에선 14일 표결 전까지 조 대표의 의원직 승계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기존대로 탄핵안 가결의 '매직 넘버'인 8표만 필요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여당의 기류 변화에는 '성난 민심'이 작용했습니다. 앞서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은 '반대'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200명) 부족에 따라 폐기됐는데요. 첫 번째 탄핵안이 무산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탄핵 여론이 들끓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일어났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 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다음 (탄핵) 표결 때 우리 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해서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표결을 앞두고 한 대표가 사실상 '탄핵 찬성' 투표 독려에 나서면서 여당 내 기류도 급변한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이날 갑작스럽게 이뤄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탄핵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정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하며 계엄 발동은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내란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언급, 퇴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담화는 여당 내 기류 변화에도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는데요.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곧바로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위한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는 계속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담화 이후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과 대통령령(시행령) 42건을 재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통과 안건을 재가하면서 행정권을 행사한 것은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정상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들끓는 탄핵 여론…조기 대선 불가피
정치권에서는 탄핵 여론이 연일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는 자폭 수준의 정치적 자해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내란 수괴의 광기를 봤다", "미쳤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등의 십자포화를 던지며 하루빨리 대통령직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을 왜 즉각 직무에서 배제해야 하는지, 집권을 중지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탄핵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직접 증명한 것"이라며 "내란 범죄행위가 결코 통치 행위가 될 수도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해외 언론들도 윤 대통령의 담화를 발 빠르게 보도하며 일제히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윤 대통령에 대한 사임 요구와 탄핵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도 "윤 대통령이 반란 혐의로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높게 점치며 조기 대선 정국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 담화는) 평가할 가치도 없다"며 "오늘 담화로 극보수층이 자극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박근혜 탄핵 정국보다 표가 더 나올 것"이라며 "내란은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미 국민들 마음 속에는 내란이다. 결국 국민의힘도 받아들여야 하며 윤석열과 보수라는 연결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 담화는) 내란이 아니라는 것을 항변한 것인데, 냉전 자유주의자들의 말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20~30여명 정도 이탈 가능성이 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결사항전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고, 친한계와 중간파가 찬성해서 결국 (탄핵소추안이) 가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진아·한동인 기자, 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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