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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경제부총리(?)..KH색깔 입기 주목
강만수 닮은꼴이지만 추진력 약하고 정책색 엷다는 평
현재 권력에 우호적..사령탑 역할은 靑에 내줄듯
2013-02-18 13:56:45 2013-02-18 13:59:1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위기 극복과정에서 요구됐던 경제컨트롤타워의 자리가 마련됐지만 자리에 앉을 사람의 역량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17일 박근혜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경제분야 브레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거시경제 흐름을 읽고 관리하는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관료로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그의 유연한 성향이 경제부처를 총괄 지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부총리로서 컨트롤타워보다는 관리형 경제장관으로 역할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권친화적인 성향은 과거 행적과는 무관하게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63세, 성장주의, 외환위기...강만수 떠올리게 하는 현오석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을 맡게 된 현오석(사진 오른쪽) 내정자는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이었던 강만수(사진 왼쪽) 산은금융그룹 회장과 많이 닮았다.
 
크지 않은 키와 동그란 얼굴, 머리숱이 부족한 외모뿐만 아니라 고집스럽게 성장중심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도 깊이 닮았다.
 
강만수 회장은 고환율정책으로 대기업 중심의 수출이 증가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증대되어 소비가 늘어난다는 경제선순환 구조를 강조한 MB노믹스의 창시자다.
 
결과적으로 성장이 자연스럽게 분배로 이어진다는 경제선순환은 실패했지만 성장을 우선하는 그의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현 내정자 역시 성장우선주의자다. 현 내정자는 MB정부에서 4년간 경제정책 브레인인 KDI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강 회장을 중심으로 한 MB노믹스를 뒷받침해 왔다. 두 사람이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위 간사(강만수)와 자문위원(현오석)으로 만난 점도 결국 '성장지향'이라는 단어로 매듭지어진다.
 
현 내정자는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경제영토를 넓히는 초석'이라며 수출 우선의 'FTA예찬론'을 펼쳐왔다.
 
강만수 회장이 2008년 당시 63세로 장관에 발탁됐고, 현 내정자가 현재 63세로 장관 겸 부총리에 내정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 회장과 현 내정자 모두 과거 경제기획원(EPB) 출신으로 강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부처 차관으로 환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현 내정자는 1998년 핵심 관료인 경제정책국장으로 외환위기 뒷수습을 진행했다가 6개월만에 국고국장으로 밀려났다.
 
핵심국장인 경제정책국장이 1급으로 승진하지 못한 사례는 현 내정자가 유일하다.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지만 차이도 크다. 강 회장이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보인 반면, 현 내정자는 유연한 성격으로 정책추진력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강 회장 처럼 확실한 자기스타일도 눈에 띄지 않는다.
 
복지확대 및 경제민주화, 중산층 복원, 70% 고용창출 등 쉽지 않은 과제가 산적한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결정권이 경제부총리가 아닌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이유다.
 
◇현재 권력에 우호적 성향..박근혜 정부에선?
 
관료생활이 순탄치 못했던 탓인지 현오석 내정자의 공직 이후의 행보는 정권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IMF시절 경제정책국장에서 국고국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후 당시 한직에 속했던 세무대학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한 현 내정자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을 시작으로 주로 무역쪽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2005년 2월 참여정부 2년 평가토론회에서 당시 현 무역연구원장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방위적인 혁신을 지향하면서도 시장적 접근에 따른 갈등해소에 주력한 점이 긍정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정책평가를 출세를 위해 의도한 것으로 평가할순 없지만 그해 6월 그가 KDI원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진 점은 눈길을 끈다. 물론 당시 그는 고배를 마셨다.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는 2007년 11월에도 긍정적인 평가는 이어졌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가 과거 어떤 정부보다 양극화에 대한 인식을 국가어젠다로 삼았다는 점,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단기 부양책이 없었다는 점, FTA를 통해 세계적인 흐름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달 후 정권이 교체된 2008년에는 입장이 좀 달라졌다.
 
현 내정자는 2008년 2월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지난 5년간 한국경제는 활력을 잃어 정부가 변화를 도모해도 경제정책은 소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력현상(hysteresis)'에 빠졌다"고 노무현 정부를 평가했다.
 
성장중심주의였던 그는 자신과 비슷한 맥락의 경제정책을 펼친 이명박 정부에 특히 후한 점수를 줬다.
 
2012년 2월 KDI보고서를 통해 그는 한미FTA는 물론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4대강 사업, 경인 아라뱃길 등도 이명박 정부의 중대한 성과로 꼽았다.
 
2008년 1월2일 이명박 당시 당선자와 연구원장들과의 만남에서 "7% 성장을 하나의 도약계기로 삼자"며 747 공약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던 그는 2012년 보고서에는 "위기 속에서도 4년간 3%대의 성장을 이뤘다. 비교적 좋은 성적"이라고 추켜세웠다.
 
당시 기자들을 만나 "MB정부는 불운했다"며 현 정부를 감쌌던 그는 한달 뒤 KDI 역사상 처음으로 원장 연임에 성공했다.
 
KDI의 성장률 전망이 지난치게 낮게 나오자 현 내정자가 이를 '좀 높일 수 없느냐'고 주문해 연구진들과 갈등을 빚은 사실은 지금도 KDI연구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코드맞추기도 이미 시작됐다.
 
현 내정자는 내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으로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성장론자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향이 있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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