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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딸이 먼저"..부모들 이기심에 무너진 수능장 통제선
일부 학부모들, 경찰 통제선 무시하고 자가용 들이밀어 '혼잡'
2014-11-13 13:56:49 2014-11-13 16:30:37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수능시험장 입구. 이날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100여명의 고등학생들과 학부형, 교사들이 모여있었다. 시험장 입구에는 넓이 약 2m의 인도와 차 2대가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 있다. 인도가 좁아 일부 학생들은 차도에 서있어야 했다.
 
수험생들을 태운 차들은 입구 바로 앞에서 학생들을 내려줬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탄 차들과 학원 통학차들도 수험장 앞을 지나갔다. 좁은 도로에서 차들은 학생들을 요리조리 피해 지나갔다. 운전자가 실수를 하거나 차량 고장이 발생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13일 서울 광진구의 한 수능 시험장 앞, 서울시는 200m 차량 진입을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수험생을 태운 차들이 수험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서울시는 수능 시험장 인근 200m부근부터 차량 진입을 제한할 계획이었다. 수험생들이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올 경우 늦을 수도 있다며 대중 교통 이용을 권장했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 진입 제한이 무용지물이 됐다.
 
차량 통제가 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학부모들이 경찰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 통제를 맡은 경찰은 "차량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했지만 수험생을 태우고 가는 차의 학부모들이 반발이 심했다"며 "결국 차량 진입을 허용하고 수험장 입구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통제를 무시하면서 수험장 입구까지 차를 들이미는 것은 자신들의 자녀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차량 혼잡을 만들지 않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수험장에서 2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내려 걸어온 수험생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었다.
 
수능 수험생들에 대한 기업들의 배려가 부족한 것도 차량 통제를 어렵게 만든다. 정부에서는 수능 날 출근 시간을 1시간 늦게 출근하는 것을 기업들에게 권장했다.
 
하지만 여기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적은 듯 보였다. 수능 응원 학생들과 함께 나온 한 교사는 "주택가에서 제 시간에 출근하려면 이 길을 지나가야 된다. 만약 경찰들이 차량 진입을 제한한다면 더 심한 혼잡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광진구 경찰서 교통관리과 관계자는 "매년 수능 수험장 주변 차량 진입을 제한한다고 했지만 지키지 못했다"며 "차량 통제를 완벽하게 하려면 진입로에서 떨어진 곳에서부터 통제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험장 한 곳에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실무상 어려움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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