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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소음으로 한우 농장 폐업…철도공단·공사 모두 배상"
대법, 농장주에 각각 8700여만원 지급 판결
2017-03-05 09:00:00 2017-03-05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열차의 통행 소음으로 한우를 사육하는 농장이 폐업했다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 모두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모씨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공단과 공사가 각각 정씨에게 약 8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농장에서 한우를 사육하던 중 피고 공단이 건설한 이 사건 철로에서 발생한 소음·진동으로 한우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고,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변론주의 위반 또는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정씨는 지난 1996년부터 경남 김해시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부산신항만 화물철도 노선이 개통되면서 2010년 12월부터 철도가 정씨의 농장에서 남서쪽으로 62.5m 떨어진 곳을 지났고, 열차가 시험 운행 중이던 그해 11월 이후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한우의 유·사산, 성장지연, 수태율 저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결국 정씨는 2012년 10월부터 한우를 모두 처분한 후 농장을 닫았고, 약 1억98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모두 공동 불법 행위자로서 각자 원고에게 이 사건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우에게 발생한 직접적인 손해 약 1500만원 중 철도 운행 전 공사로 인한 피해 10%를 제외해 약 1300만원을 산정하고, 이전비용 약 9500만원, 13개월간의 휴업손해 약 2100만원 등을 산정해 공단과 공사가 각각 정씨에게 약 1억2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정씨와 공단·공사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도 정씨에 대한 손해를 인정했지만, 공단과 공사가 지급할 배상액을 약 8700만원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한우에게 발생한 직접적인 손해 약 1500만원을 그대로 인정했다. 하지만 1심이 산정한 이전비용 중 건물 등 철거비용 약 1800만원에 대한 원고의 주장·입증이 부족하고, 축사 건축을 위한 성토비용 약 900만원을 이 농장의 이전과 관련한 손해가 아니라고 봤다.
 
또 재판부는 휴업손해에 대해서는 농장을 위한 대체지와 한우 농장시설을 확보하는 데 드는 통상의 기간을 9개월로 정해 약 1400만원을 산정했다. 다만 이 농장에서 측정한 항공기 소음이 포함된 배경소음도 적지 않다고 보고, 항공기 소음도 이 사건에서 발생한 피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 약 9700만원의 90%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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