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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이야기)낚시꾼에게 인기 좋은 갯바위의 황제 '감성돔'
2017-05-12 06:00:00 2017-05-12 06:00:00
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
어류학자들은 '감성돔' 이름이 검고 어두운 빛깔을 띠는 체색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감시', 전남에서는 '감생이', 제주에서는 '가문돔' 강원에서는 '남정바리'로 다양하게 불리며, 부산·경남에서는 20cm 가량의 작은 감성돔을 '살감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성돔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동중국해 일대에 분포한다. 주로 갯바위 주변과 해조류가 서식하는 암초지대와 바닥이 자갈 및 모래로 이루어진 곳을 좋아한다.
 
감성돔의 이빨은 짧고 둥근 원뿔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암초에 서식하는 부착생물이나 저서생물을 쉽게 뜯고 부숴서 먹을 수 있는 최적의 형태이다. 또한 동·식물성 먹이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으로, 20 cm미만의 작은 크기는 단각류와 바다대벌레류, 새우류, 갯지렁이류 등을 섭식하고, 성장함에 따라서 게류, 집게류, 복족류, 이매패류, 해조류, 어류 등 다양하게 섭식한다. 봄에서 가을까지 갑각류, 갯지렁이류, 어류 등 동물성 먹이를 주로 섭식하며 겨울에는 파래류와 같은 식물성 먹이도 함께 섭식한다.
 
수온이 상승하는 5~6월이 되면 감성돔은 산란을 시작하고 50 cm 크기가 되면 약 200만개의 알을 낳는다. 보통 알이 찬 산란시기가 되면 맛있다고 하지만, 감성돔은 오히려 맛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기에 접어든 감성돔이 몸속 영양분을 생식소 발달에 사용해 양질의 아미노산과 지방산이 근육에서 감소된 이유를 과학적 근거로 들고 있다. 산란을 마치고 회복하는 늦가을부터 겨울철이 되면 영양분과 지방을 축적해 맛이 좋아져 감성돔의 제철이라고 한다.
 
감성돔의 생태 중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성전환(sexual inversion)'이다. 알에서 부화 후 1년까지는 모두 수컷이고, 이후 2~3년이 되면 암수한몸(자웅동체)이다가 3~4년이 되면 암·수가 분리되기도 하고 암수한몸의 상태에서 수컷이 먼저 성숙하는 웅성선숙(protandry) 상태로 있기도 한다. 하지만 만 4년생 개체들은 암·수가 분리되고, 대부분 암컷으로 성전환을 마친다.
 
마찬가지로 성전환을 하는 용치놀래기는 감성돔과 반대의 경우로 처음에는 모두 암컷 또는 암수한몸이다가 가장 크고 힘이 센 개체가 수컷으로 성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전환은 어류들이 오랜 세월 진화를 거쳐 찾아낸 종족보존을 위한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어류의 성은 생리적 성(physiological sex)과 유전적 성(genetic sex)으로 구분되는데 생리적 성은 성호르몬 작용으로 몸 안에서 형태적으로 구별되는 암수의 속성이고, 유전적 성은 염색체 조합에 의해 수정 시 결정되는 암수의 속성인 것이다. 감성돔은 생리적 성의 변화에 의해서 성전환이 이루어는 경우이다.
 
낚시꾼들에게 으뜸으로 손꼽히는 감성돔.
 
우리나라의 4대 돔(참돔·돌돔·감성돔·벵에돔) 중 감성돔은 낚시인들 사이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며 대물을 노리며 자리다툼도 부른다. 낚시인들 사이에 감성돔 5짜(50 cm)를 낚아본 이는 일부에 불과한데, 이는 감성돔이 예민하고 영리해서 잘 낚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50cm까지 자라는데 약 10여년이 걸리는 느린 성장 덕에 큰 개체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감성돔의 부화 후 1년이면 15cm, 2년이면 20cm, 3년이면 25cm, 4년이 되어야 30cm가 될 만큼 성장이 비교적 느린 어류에 속한다.
 
감성돔은 1991년 370톤의 낮은 어획량을 기록해 2000년대 들면서 지속적인 종묘 방류 등의 노력으로 2008년에 1140톤 이상 어획되기도 했다. 양식 등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자원회복 노력에 2015년에는 약 1400톤이 생산되었고, 감성돔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휴일이면 대물을 찾아나서는 낚시인들에게 가끔씩 거친 이빨로 상처도 입히지만, 그 덕에 더 욕심나는 황제가 된 감성돔, 지방이 적고 살이 단단해, 구이로도 횟감으로도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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