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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정무, 논란 뚫고 '당청 가교역할' 해낼까
"청와대·국회 입장 누구보다 잘 이해"…수석 인선과정 잡음은 부담
2017-05-14 17:46:56 2017-05-14 17:47:22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단행한 수석비서관 인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전병헌 정무수석이다. 최근 당에서 국무위원을 추천하는 인사추천위원회 설치를 놓고 추미애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 간 설전도 벌어진 가운데 당청관계 조율 역할을 전 수석이 어디까지 해낼지 주목된다.
 
전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서 5년, 국회에서 12년의 경험을 한 만큼 양쪽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와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등을 지내며 당시 여당 정치인들과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도 꾸준한 교분을 쌓아왔다. 이같은 이력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회·정당과의 소통과 협력의 정치를 뒷받침한다’는 정무수석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다만 수석 인선과정에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잡음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부담으로 남는다. 추 대표가 정무수석에 최재성·김민석 전 의원을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 파다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끝내 선택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국회를 찾았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추 대표의 만남이 불발된 것도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의 소통에도 충분한 역할을 해야하는 전 수석 입장에서는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가 지난해 말까지 당 최고위원을 지내며 당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은 이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무수석의 역할이 대통령과 국회의 메신저 역할에 국한됐으며, 그러한 이유로 초재선급 인사들이 맡아온 것과 다른 인사가 이뤄진 결과도 주목된다.
 
하승창 신임 사회혁신수석 인선의 경우 대한민국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뒷받침할 적임자라는 점을 문 대통령이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촛불시위에서 발견된 바와 같이 시민들이 직접 사회문제 해결에까지 관심을 쏟는 상황이 일반화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법령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이다. 하 수석도 기자회견에서 “사회혁신수석을 문 대통령이 만든 것은 시민사회가 이전과 다른 패러다임으로 가는 것을 인식하는 징표라고 생각한다”며 “이전 시민사회수석 업무를 기본으로 업그레이드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하 수석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있던 시절 축적된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전수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오랜 시민운동 동지이자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김수현 신임 사회수석 인선도 문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 기조와 맞닿아있다. 사회수석은 청와대 직제개편으로 정책실 산하에 신설됐으며 사회정책·교육문화·주택도시·기후환경·여성가족 분야에서 새 정부의 아젠다를 뒷받침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 환경부 차관 등을 두루 역임한 그의 경륜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수석은 “한국사회가 변곡점을 힘들게 지나가고 있다. 쉽게 말해 고도성장의 끝에서 저성장기에 들어서는 진통을 겪고 있다”며 “국민들이 진정 기대하고 원하는 ‘어떻게 하면 내 삶이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정책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이 민주당 선대위 국민의나라위원회 간사로 있으면서 입안했던 도시재생 프로그램이 그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약 발표에서 매년 10조원을 투입해 임기 내 500개의 구도심과 노후주거지를 살려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낡은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 뉴타운·재개발사업이 중단된 저층 노후주거지를 살만한 주거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번 인선에는 세 인물 모두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탕평인사 정신을 만족시키면서도 국정철학까지 구현할 수 있는 인사들을 문 대통령이 택했다는 것이다. 전병헌 수석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가까웠던 인물로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공천에서 탈락한 후 별다른 대외활동 없이 지내오다 같은해 12월 캠프에 합류했다. 김수현·하승창 수석은 문 대통령과 교분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까지 박 시장과 일을 같이 해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첫번째)이 14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정무수석과 사회혁신수석, 사회수석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수현 사회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전병헌 정무수석.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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