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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허기 느끼지 않는 '체중 감량제'·스마트폰 자리 차지한 'AR'
이코노미스트지가 내다 본 2050년의 '일상'
메가테크 2050|이코노미스트·다이넬 프랭클린 엮음|홍성완 옮김|한스미디어 펴냄
2017-07-06 08:00:00 2017-07-06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1. 한 글로벌 제약회사는 부작용 없이도 허기를 완전히 끊게 하는 체중 감량제를 만들었다. 유전자 변이된 유기물을 통해서였는데 이것은 소화관 생물군계에 자리를 잡고 미주신경(제10 뇌신경으로 장이 두뇌와 소통하는 경로)에 정확한 신호를 올려 보낸다. 출시되고 6개월 만에 미국 중산층에서 비만이 사라졌다.
 
#2. 선진사회에서는 증강현실(AR)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AR 안경 속 지도 위에 행선지가 안내된다. 식당의 메뉴판 역시 안경으로 전체 메뉴를 스크롤해 볼 수 있고 음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영상으로 송출된다. 버스 도로표시와 교통표지판들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각자 세계를 보는 방식들이 달라졌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들 같지만 2050년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펴낸 ‘메가테크 2050’에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그림들이 다음 30년에 걸쳐 이뤄질 대대적인 기술, 사회의 변화를 예고했다. 
 
사실 이런 변화들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30년 전 그 누구도 현재의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집단지성’을 활용해 과거를 추적해 들어가다보면 미래 예측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는 있다. 바로 이 지점에 책을 엮은 다니엘 프랭클린 이코노미스트 주필의 기획 의도가 있다.
 
메가테크 2050은 세계 각지 전문가들의 글로 전개된다. 과학자부터 기업인, 저널리스트, 교수, 공상과학 작가 등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30년 뒤 미래 기술을 예측한다. 농업, 교육, 자동차, 생명공학, 우주 등 여러 산업에 걸쳐 기술의 활용 가능성과 영향력이 검토된다.
 
“바이오프로세싱 모듈을 장착한 로봇이 천천히 목초지, 심지어 복원된 고원 풀밭을 돌아다닌다. 그들은 각종 원료를 먹고, 그것을 재료 삼아 연료와 화학물질, 약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집하시설에 배달하는 것까지도 상상해 보라. (중략) 이 하이브리드 ‘카우보그’는 자율적이고 분산된 생물적 제조 플랫폼이 될 것이다.” (92쪽, 과학자 로버트 칼슨 ‘생명 공학의 가능성’ 중)
 
“어떤 이들은 미래에 모든 가정이 3D프린터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소프트웨어로 물건을 만들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다음 반세기 동안은 취미로 하는 사람이나 열성적 ‘DIY’(Do It yourself)’ 지지자를 제외하고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예측이다. 그럼에도 업체들을 중심으로 3D프린팅은 대량생산과 통합적으로 움직일 것이다.(201쪽, 이코노미스트 편집자 폴 마킬리에 ‘프린트로 찍어낸 세상’ 중)
 
그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서로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질서는 있다. 바로 과거와 현재의 객관적 기술적 수준에 근거한 ‘추론’이란 점이다. 생명공학을 이야기할 때 칼슨은 지난 30년간의 생물학 발전 정도와 생물체의 유전자 코드를 읽고 써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망한다. 마찬가지로 마킬리에 역시 GE와 에어버스, 나이키, 중국 회사 윈선, 스위스 기술대 ETH 취리히 등의 동향을 취재하며 얻은 정보들로 3D 프린터가 ‘어두운 악마의 방앗간 시대’, ‘기름진 천과 작업복의 시대’를 몰아낼 것이라 예상했다. 
 
이 외에 추락사고를 겪은 한 여성이 사이보그 기술 앞에서 고민하는 내용을 담은 알라스테어 레이놀즈의 공상과학(SF) 소설, 인도 갠지스강을 배경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의 가능성을 다룬 낸시 크레스의 SF 소설 등도 소개된다. 두 소설 모두 작가들의 전문적인 정보들을 기반에 둬 흥미롭게 미래 기술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책이 기술에 의한 희망적이고 새로운 장밋빛 세계 만을 점치는 것은 아니다. 말미에 올리버모튼 이코노미스트 브리핑 편집인 겸 과학작가는 인간 행동의 중요성, 사회적 합의의 과정 등을 강조한다. 결국 미래를 바꿀 운명의 키는 기술을 다루는 ‘인류’에게 주어져 있다고 그는 말한다.
 
“증기 동력은 산업혁명의 근간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사실 그 기술의 본질적 파워보다는 그것을 이용한 사회적 관계와 인간의 선택 문제가 더 중요했다. 나의 친구 미래학자 케빈 켈리는 기술 자체를 원칙과 로직에 따라 발전하는 개체로 보지만 나는 다르다. 모든 문제는 일부 사람들이 기술을 자신에게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358~362, 올리버 모튼 ‘마지막 결론’ 중)
 
켈리식 사고를 존중하면서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물신숭배’ 사상의 범주에서 해석하고 비평하는 부분 역시 자못 재미지다. 순간순간 불쑥 튀어나오는 전문용어들은 책을 난해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큰 흐름을 읽어 가는데는 문제가 없다. 과거와 현재, 미래 세계를 하나로 관통하는 이코노미스트의 편집력에 감탄하다 보면 책 한 권이 뚝딱 끝나 있다.
 
메가테크 2050. 사진제공=한스미디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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