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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과거 정권과의 악연 …10여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
과거 사과·미래 열겠다던 다짐…계속되는 사법리스크에 '공염불'
2020-05-26 16:24:49 2020-05-26 16:54:54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3년 만에 다시 강제 조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악연이 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뉴 삼성 시대' 천명에도 불구하고 10여년간 두 정권과 사슬처럼 엮인 '사법 리스크'로 인해 여전히 그 그림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2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로부터 강도 높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불려나온 지 약 3년3개월 만이다.
 
앞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이 줄줄이 조사를 받는 등 1년6개월 가까이 진행되던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흐르는 시점에서 이 부회장이 마지막 조사 대상이 됐다. 국민 앞에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고개 숙이고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지 불과 20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하며 중국 시안의 삼성 반도체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갔지만 결국 박근혜 정권 시절 연루된 국정농단 혐의가 발목을 붙잡았다.
 
이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소환조사는 2015년 경영권 승계를 앞둔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다고 의심받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과 연결된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옛 제일모직 가치를 올리는 과정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부풀리는 회계 부정이 있었다는 게 주 내용이다.
 
경영권 승계 문제는 이 부회장 국정농단 뇌물혐의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2018년 1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경영권 승계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더구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삼성 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했다"고 파기환송한 상황에서 이번 조사까지 이어지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의 부담은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국민 사과 당시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경영권 승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던 이 부회장으로서는 특검 조사를 받은 지 만 3년이 넘게 흐른 현재까지도 여전히 '꼬리표 떼기'에 실패한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과거 정권과의 악연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 아니겠냐"며 "오늘 소환 조사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다짐이 사법리스크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명박 정권과도 악연이 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실소유주였던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소송비용을 삼성전자에 대신 부담하게 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2년 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뇌물 혐의 관련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불과 사흘 뒤 검찰은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관련해 삼성전자 수원본사, 서초사옥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있었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사건도 여전히 이 부회장을 옥죄고 있는 이슈다.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을 맡은 1심은 이 부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노조와해의 실행과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며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해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계속되는 등 여전히 노조 문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줄지 않고 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공황 이후 100년 만에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대내외적인 악재와 변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끝없이 이어지는 검찰 수사와 재판 등으로 인해 삼성은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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