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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K-조선, 친환경 선박 시장 '기선잡기'
조선 빅3,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 속도
중형조선, 가스운반선으로 선종 다각화
2020-10-08 05:51:00 2020-10-08 05:51: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조선업계가 친환경 선박 개발에 뛰어들며 새로운 선박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장기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지만 현재의 위기를 재도약할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차세대 선박 '암모니아 추진선'에 주목하고 있다. 
 
올 들어 한국조선해양(009540)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연달아 암모니아 추진선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가장 먼저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7월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선급 기본인증서(AIP)를 확보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10월부터 글로벌 엔진메이커인 만에너지솔루션즈(MAN Energy Solutions), 로이드선급과 암모니아추진선 공동개발 프로젝트(JDP)를 진행했다. 조선소는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기본설계를 맡았고 만에너지솔루션즈는 선박 엔진 개발과 제원 결정, 선급은 설계에 대한 적합성과 위험성 등을 검토했다.
 
곧이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AIP를 획득하며 기술개발에 돌입했다. 
 
6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이진태(왼쪽) 로이드선급 아시아 대표가 권오익 대우조선해양 기술본부장 전무에게 인증서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암모니아는 질소(N2)와 수소(H2)의 합성 화합물로, 연소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연료 이송, 보관 등도 용이해 탈탄소 시대에 적합한 선박 대체연료로 꼽힌다. 
 
이처럼 조선사가 잇따라 차세대 연료추진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해양 환경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5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30% 이상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2050년에는 70% 감축을 논의하는 등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60년 신조선의 60% 이상이 차세대 연료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했고, 암모니아가 이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오는 2024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2025년 실제 상용하한다는 계획이다. 
 
권오익 대우조선해양 기술본부장 전무는 "이번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기본인증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목표인 탈탄소화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견조선소도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 한창이다. 먼저 대한조선은 지난달 말 노르웨이·독일선급인 DNV GL과 소형 LPG(액화석유가스)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한조선은 DNV GL의 전문적인 기술적 지원으로 주요 설계를 개발하고 이 결과물을 통해 신조 LPG선 영업 및 수주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미 대한조선은 주력선종인 아프라막스, 수에즈막스급 선박에 적용되는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적극적으로 수주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정대성 대한조선 대표이사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가스선을 포함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모색하려는 차원"이라며 "LPG선을 시작으로 새로운 선종에 대한 역량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STX조선해양과 중형선박설계사업단이 공동 개발한 7500㎥급 LNG벙커링선. 사진/STX조선해양
 
또 다른 중견조선소인 STX조선해양은 LNG벙커링선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산하 중형선박설계사업단과 7500㎥ 규모의 LNG벙커링선 개발을 마쳤다. 
 
LNG벙커링선은 영하 163도 극저온의 LNG를 탱크에 저장하는 기술과 추진엔진을 가동하기 위해 적합한 온도와 압력으로 LNG를 기화시켜 연료를 공급하는 기술이 필요한다. LNG를 공급해주는 'Ship to Ship(선박 대 선박급유)' 방식 및 관련 기자재가 필요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선이다. 
 
STX조선은 산업부, 부산시, 중형선박설계사업단과 벙커링 용량을 확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고태현 STX조선 기술부문장은 “조선 호황기에 세계 굴지 조선소의 반열에 올랐던 조선소지만 최근 불황과 경영난으로 구조조정 등을 겪었다"며 "하지만 이를 첨단 고부가가치선 기술개발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선업이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차세대 선박 개발이 필수적 요소가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탄소 시대로 가기 위해 차세대 연료로 암모니아 추진선이 주목받고 있다"며 "경기 불황에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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