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편든 김용현 "최상목 쪽지 내가 작성"…"의원 아닌 요원 빼내라 지시"
23일, 윤석열 헌재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 출석
김용현, 증인으로 출석…윤씨 주장 힘 싣는 증언
김기표 의원 "윤석열-김용현 짜고 나온 게 자명"
2025-01-23 18:51:59 2025-01-23 18:51:59
[뉴스토마토 강석영·유근윤 기자]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에서 탄핵된 윤석열씨가 23일 헌법재판소에 또 출석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김 전 장관은 '최상목 쪽지와 포고령은 내가 작성했다', '계엄군에게 국회의원이 아니라 요원 빼내라고 지시했다'라면서 윤씨의 그간 주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말을 맞춘 듯한 둘의 모습엔 "윤씨와 짜고 나온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윤석열씨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왼쪽 빈 좌석은 증인석. (사진=뉴시스)
 
헌재는 23일 대심판정에서 윤씨 탄핵심판 4차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윤씨는 21일 3차 변론 출석에 이어 이날도 헌재에 왔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씨의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해 증인이 헌재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전 장관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난 것도 지난해 12월27일 구속 이후 처음입니다. 윤씨와 김 전 장관이 만난 것 역시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처음입니다. 
 
그간 윤씨와 김 전 장관은 포고령 작성 경위 등을 놓고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윤씨는 포고령 속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문구 등에 관해 김 전 장관이 포고령을 잘못 베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윤씨의 검토를 받은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김 전 장관은 입장을 번복하고, 윤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우선 윤씨는 김 전 장관에게 포고령을 작성한 경위를 물었습니다. 윤씨는 "제 기억에 지난해 12월2일 밤 장관께서 포고령을 제 관저로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때 (김 전 장관이) 써온 포고령을 보고 '법적 검토나 손댈 것이 많지만 어차피 게엄이 하루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포고령은 추상적이긴 하지만 상징적인 측면에서, 집행 가능성은 없고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지만 그냥 놔둡시다' 말씀드렸는데 기억이 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윤씨는 김 전 장관이 써온 포고령 그대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김 전 장관은 "평상시 보다 (대통령이) 꼼꼼하게 안 봤다. 평상시엔 조금 이상하면 항상 법전을 먼저 찾으신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윤씨는 "(김 전 장관에게) 상징성이 있으니 놔두자고 했고, (내가) 전공의(48시간 내 본업 복귀 지시)는 왜 집어넣냐고 웃었다"면서 "(김 전 장관이) 계도한다는 측면이라고 해서 웃으면서 놔두라 했는데 기억나느냐"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까 (이제)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윤석열씨가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이른바 '최상목 쪽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씨 법률대리인이 김 전 장관에게 "증인이 비상입법기구 관련해 쪽지를 보낸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늦게 와서 만나지 못했고, 실무자를 통해서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쪽지'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 내용이 담긴 문건이 전달된 걸 말합니다. 해당 증거가 중요한 이유는 비상입법기구 설치 시도 자체가 국회 기능을 무력화하고, 국헌을 문란케 하려는 목적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김 전 장관은 최상목 쪽지를 누가 작성했냐는 질문에 "제가 (했다)"고 답한 건 역시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겁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최상목 쪽지를 작성한 취지와 관련해 "헌법 76조에도 나와 있지만 긴급재정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편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의원 끄집어내라'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윤씨를 비호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6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유튜브에서 '김용현 장관이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빼내라고 지시했다'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이날 '의원이 아니라 요원 빼내라고 한 게 의원 빼내라는 걸로 걸로 둔갑했다'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또 국회 측 반대 신문에서 '비상계엄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나'는 질문에 "(비상계엄에 대해) 실제 인식 자체가 다수당 패악질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이었다"며 "충분히 경종 울린 측면에서는 실패라고 생각 안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고용이였다면 국무위원들 모였을 때 왜 이야기 안했느냐'는 질의엔 "그것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안 맞다"라고 답했습니다.
 
김 전 장관이 그간의 입장을 번복하고 윤씨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국회에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날 변론에 참석했던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용현 전 장관이) 윤석열씨 측과 짜고 나온 것이 너무나 자명한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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