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우리금융 이사회 의장 교체…회장 친정체제 될까
전직 회장 때 선임된 의장들 물갈이
2025-01-23 06:00:00 2025-01-23 08:52:05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KB·우리·하나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의장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됩니다. 이사회 의장은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요. 전임 회장 재임때 선임된 이들이 모두 물러나는 만큼 이번 교체를 통해 현직 회장들이 '친정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입니다.
 
전임자 색깔 지우기 관건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 3곳의 이사회 의장 임기가 오는 3월 끝납니다. 권선주 KB금융(105560) 이사회 의장, 이정원 하나금융지주(086790) 이사회 의장, 정찬형 우리금융지주(316140) 이사회 의장입니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는 정관과 내부규범 등을 통해 사외이사의 최대 재임 기간을 6년으로 제한해 놓고 있습니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임기 제한이 5년입니다. 임기가 끝나는 이들 이사회 의장의 공통점은 전임 회장 때 사외이사로 발탁된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권선주 의장은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이정원 의장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 정찬형 의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체제에서 사외이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사회 의장 교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임기 중반을 지나는 회장들이 우호적인 인사로 '친정 체제'를 구축한다면 사내 장악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 회장들이 임기를 시작한지 3년차를 맞았지만 전임자 색깔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습니다.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이 경영자문 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양종희 현 회장이 연말연초 인사를 통해 물갈이에 나섰지만 윤 전 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는 고위급 인사들이 여전히 포진해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에도 김정태 전 회장이 발탁한 인사들이 그룹에서 활동 중입니다. 함영주 회장이 오는 3월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하나금융은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밟고 있는데요. 함 회장을 비롯해 이승열 부회장, 강성묵 부회장 등 3인이 내부 후보군으로 추려진 상태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역시 전임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현재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사태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중입니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조직 쇄신에 나선 만큼 전임 회장 체제의 이사회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KB·우리·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는 권선주 KB금융지주 사내이사, 이정원 하나금융 사내이사, 정찬형 우리금융지주 사내이사가 맡고 있다. (사진= 뉴스토마토)
 
"참호 구축 말라" 당국 감시도 변수
 
그간 금융지주사 관례로 보면 이사회 새 의장은 현직 사외이사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임기를 수행한 사외이사가 후보군입니다. 
 
KB금융 사외이사 중에선 2022년부터 활동한 최재홍 사외이사가 가장 오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은 2021년 선임된 박동문 사외이사가, 우리금융은 2022년 선임된 윤인섭, 신요환, 송수영 사외이사가 활동 이력이 가장 오래됐습니다.
 
다만 관례에 따라 오랜 기간 임기를 지내온 사외이사가 차기 의장이 될 경우 '친정체제' 구축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현재 거론되는 이사회 의장 후보군을 보면 전임 회장 당시 이사회에서 발탁한 인물이기 때문에 완전한 '우호 세력'으로 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이사회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당국은 이사회가 지주사 회장을 위한 '참호 구축' 역할을 하면 안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간 금융지주 이사회가 안건에 대해 대부분 찬성표만을 던지며 견제와 감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주사 회장이 이사회를 주도하는 것처럼 비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경영권을 충분히 견제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상호 견제가 충분히 돼야 하는데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면서 "그간 계속해 금융지주들에 이런 부분을 이야기 해왔으나 회장 견제 기능 등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KB·우리·하나금융지주의 이사회 의장들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현 회장 '친정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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