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조차 '재검토'…지지율 역전에 이재명 '우클릭'
실용주의 앞세워 중도층 구애…"기업이 곧 국가 경쟁력"
양자 대결서 첫 2위 하락…"낮은 자세로 책임감 가질 것"
외연확장 본격 시동…개헌 묻자 "내란 극복 집중할 때"
2025-01-23 17:35:34 2025-01-23 19:51:25
[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김유정 인턴 기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까지 내려놓으며 '경제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역전당하자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는데요. 조기 대선 국면을 맞아 본격적인 '우클릭'을 통해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탈이념·탈진영…현실적 실용주의 필요"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연 신년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경제 성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기본소득·기본주택·대학 무상교육 등 기본사회 5대 공약을 대표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이 추구해온 정책 기조를 꺾은 셈입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이 너무 많이 부서지고 어려워졌다. 국민의 삶이 너무 어렵고 누구나 걱정하는 것처럼 경제적 토대가 훼손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러면서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문제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실용주의'를 앞세워 중도층에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냐"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했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나눔'을 내려놓고, 보수의 경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성장'에 방점을 찍은 건데요. 그는 △성장 동력 확보 △K-디스카운트 해소 △집중적인 미래투자 △신흥시장 개척 및 적극적 세일즈 외교 등을 향후 기치로 내세웠습니다. 
 
아울러 "정부가 모든 걸 결정하는 시대인데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기자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 뜻" 
 
이 대표의 이 같은 변화는 '12·3 비상계엄' 이후 국면에서도 하락하는 당 지지율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그는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해 "(지지율 하락은) 국민 뜻이니까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게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자성했습니다. 
  
현재 이 대표와 민주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하는 추세인데요.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18~19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무선 RDD를 이용한 자동응답시스템)를 보면 이 대표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양자 대결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41.8%, 김 장관의 지지율은 46.4%로 조사됐습니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4.6%포인트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 진영의 대권 후보가 이 대표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로 30대와 60대 이상에서 김 장관의 지지율이 이 대표보다 높게 집계됐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가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20~22일 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무선 RDD 전화면접)에서도 국민의힘은 38%, 민주당은 36%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에너지경제·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16~17일 조사·표본오차는 95%·신뢰 수준에 ±3.1%포인트·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5.7포인트 상승한 46.5%를, 민주당은 3.2%포인트 하락한 39.0%를 기록한 건데요.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기존 1.4%에서 7.5%까지 벌어져 오차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클릭에 시동을 건 이 대표는 개헌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는 게 제 생각이다"라며 "개헌 내용에 대해선 지난 대선 때 당의 입장을 설명드린 게 있으니 참고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출마 당시 미국의 대통령제와 같은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냈습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2.0 시대'에 대한 견해도 밝혔습니다. 특히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설파했는데요. 그는 "(미국과) 전략적 경제 파트너십 강화가 더 중요해다"며 "변함없는 무역과 투자 파트너로 자리 잡도록,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주요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동인·차철우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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