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공의에 이어 의대교수들도 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연일 ‘법과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강경모드’와 더불어 의료법 개정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의료개혁 방향성이 엇나갈 지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13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공보의와 군의관들을 20개 주요 의료기관에 파견했습니다.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예비비 1285억원을 투입하고,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에 이어 PA 추가 채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4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인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도 추진 중입니다. 전공의에게 위임된 업무를 줄이고, 인력 간 업무 분담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해 내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할 계획입니다.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사 확보 기준을 전공의 0.5명으로 산정하고 전문의 고용을 확대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개혁 추진에 대해 “소아·모자 의료, 중증치료와 지역의료 보상 강화를 위해 이미 1조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국립대 교수 1000명 증원 등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 온 대책들이 하나하나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PA 간호사 제도화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재논의를 포함해 의료법 개정 등 관련법 마련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의료개혁 아닌 의료시장화 정책”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 해도 사회적 논의가 우선이란 지적입니다. 건강돌봄시민행동 측은 “간호법이 의사들의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꾸는 수단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며 “초고령사회 대처를 위한 건강보장체계를 고려해 공적 돌봄체계 실현을 위한 간호법 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이번 의료사태 속에서 전면 확대한 비대면 의료 등과 관련해 의료 영리화 사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참여연대 측은 “의정 대립 속에서 정작 공공의료 논의는 사라졌다”며 “포장지는 ‘의료개혁’이지만 뚜껑을 열면 필수의료를 망치는 의료시장화 정책으로 가득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는 “의료체계 정비와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고, 정부는 법개정 이전에 정책적으로 어떤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지 사회적 논의가 요구된다”며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등의 특례법이나 의료 민영화 쟁점도 관계자 사이의 이해가 첨예한 사안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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