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LG화학(051910)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에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이 선방하며 배터리 사업부 분할 후 '깡통 회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잠재웠다.
LG화학은 12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매출액 7조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 158.8% 증가한 수준이다. 당초 시장이 전망한 영업이익 추정치인 7000억원을 크게 상회한 것은 물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업계는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 확대가 LG화학의 3분기 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부가 합성수지(ABS)와 폴리염화 비닐(PVC) 등 가전·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는 소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힘을 보탰다. 코로나19로 이른바 '홈 콕'이 늘고 이것이 가전 판매 호조로 이어지면서 관련 소재 스프레드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증권은 "LG화학이 ABS와 NB라텍스, PE 등 주력제품의 강세로 컨센서스를 20% 이상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특히 ABS 스프레드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미래 먹거리로 삼는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전지 부문도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첨단 소재 사업 역시 양극재 수요 증가와 편광필름 강세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 전망도 밝다. 증권업계는 LG화학이 남은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화학 부문의 주력인 자동차·가전·가구 내구재와 코로나19 발 위생용 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하고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지 부문 또한 애플 신제품 효과와 LG화학 폴란드 공장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추가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LG화학이 잠정실적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는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 분할을 앞두고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지난달 전지사업 부문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분사 안이 최종 통과되면 LG화학은 12월1일 배터리 사업 신설 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한다.
이 소식에 일부 주주들은 분사 소식에 "배터리 부문 없는 LG화학은 페트병 회사에 불과하다"며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배터리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도 실적 개선에 성공한 만큼 시장의 우려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LG화학은 오는 21일 3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한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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