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나이키 신발을 제조하는 창신INC가 해외생산법인들을 동원해 창신그룹 회장 자녀 회사인 서흥을 부당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흥의 최대주주는 정환일 창신그룹 회장의 자녀 정동흔 대표이사로 65.82%의 지분율을 보유한 창신의 자재 구매대행업체다. 특히 창신INC와 서흥이 합병할 경우 창신INC의 최대주주가 창신그룹 회장의 자녀로 변경되는 등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교사자인 창신INC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과징금 152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한다고 13일 밝혔다. 부당지원주체인 창신베트남과 청도창신, 창신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각각 62억원, 46억원, 28억원을 결정했다. 또 지원객체인 서흥에는 94억원 등 창신그룹에 총 385억원을 처벌키로 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창신INC의 지시로 2013년 6월부터 해외생산법인들을 통한 지원행위가 실행됐다. 창신INC는 창신그룹의 본사로 나이키 OEM을 받아 창신INC 지분 80~100%의 해외생산법인을 통해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창신그룹의 해외계열사를 동원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과징금 총 385억원을 부과하고, 창신INC를 검찰고발한다고 13일 밝혔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나이키 신발에 필요한 국내 생산 자재는 서흥에게 위탁하고 3.6~5.0%의 구매대행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하지만 2013년 5월 창신INC는 신발 자재 구매대행 수수료에 대해 7.2%의 추가수수료를 얹어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창신INC의 지시를 받은 해외생산법인들은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7%포인트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해 총 4588만 달러(한화 534억원)를 지급했다. 해외생산법인들은 완전자본잠식, 영업이익 적자에 시달리던 상태였다.
서흥은 지난 2011년 6월부터 창신INC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다 2012년도 말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은 곳이다. 결국 부당지원으로 서흥은 2015년 4월 정환일 회장·전 창신 임원들로부터 9만9455주(30.14%, 586억원)를 매입, 창신INC 2대 주주(지분율 총 46.18% 확보)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다. 공정위는 창신그룹의 경영권 승계와도 연결된다고 봤다. 창신INC는 2018년 서흥과의 합병을 검토한 바 있다. 공정위 측은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하면 창신INC의 최대주주는 그룹 회장 정환일에서 그 아들이자 서흥의 최대주주인 정동흔으로 바뀌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흥은 2004년 12월 정환일 회장의 자녀(정동흔, 정효진 등)들을 최대주주로 자본금 5000만원에 설립한 회사다. 2018년 기준 정 회장의 아들인 정동흔 대표이사 지분율은 65.82%다. 딸인 정효진 씨 지분율은 28.60%다. 창신INC는 4.60%를, 정 회장의 배우자인 박향심 이사장이 있는 플로라재단은 0.98%를 보유 중이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부분의 국내 신발 OEM·ODM 제조사들은 그룹본사에서 직접 자재 구매대행 업무를 하고 있어 창신그룹의 경우는 이례적인 사례”라며 “2007년 대비 2012년 매출액은 약 25배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4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어 “이 사건은 창신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도 연결된다”며 “총수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진 계열사 설립, 부당지원 등으로 해당 계열사의 가치 극대화, 해당 계열사를 그룹 내 핵심계열사와 합병 순으로 이뤄지는 기존 문제된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방식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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