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중국이 4년 만에 한국 게임에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내줬다. 지난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굳게 닫혔던 중국 시장 문이 열리면서 게임업계는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판호에 대한 규제가 전면 철폐된 것은 아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 사진/컴투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078340)는 지난 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에서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의 외자 판호를 발급받았다. 컴투스 관계자는 "서머너즈 워가 판호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외자 판호를 취득한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는 지난 2014년 6월 출시된 컴투스의 모바일 수집형 RPG(롤플레잉 게임)이다. 최근 컴투스 매출의 약 80%를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가 벌어들이고 있다.
외자 판호는 중국 밖에서 제작된 게임을 중국 내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중국 시장은 약 40조원 규모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며 한국 게임업계에게 가장 큰 고객이다.
사드 경제 보복 이후 한국 게임은 3년 9개월 넘게 중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중국 회사와 공동제작을 하거나 제작을 위임하는 등 '내자 판호'를 받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판호 문제의 물꼬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의 방한에서 트였다. 지난달 26일 왕 부장의 방한 이후 공개된 첫 판호 목록에 한국 게임이 포함됐다. 한한령 여파로 회복하지 못한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를 위해 협조하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서머너즈 워 판호 발급은 게임업계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가장 큰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중국 내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하는 웹젠·위메이드·네오위즈와 2017년 초부터 중국 시장에서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인 넷마블·펄어비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준비 중인 넥슨, 전작인 PC게임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던 블레이드&소울2를 준비 중인 엔씨소프트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아직 실질적으로 판호에 대한 규제가 전면 철폐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중국은 과거의 10분의1 수준의 판호를 발급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제한된 외자 판호를 둘러싸고 각국이 서로 쟁탈전을 벌일 것"이라며 "대기 중인 한국 게임 판호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순진하다"고 주장했다.
위 교수는 이어 "다만 중국이 한 개의 판호를 허가해 주었기 때문에 규제에 대한 명분을 잃었으므로 한국은 추가적인 판호 발급에 대한 지속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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