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 한 시중은행에 재직 중인 이모 과장은 지난해 5~7월 석 달간 매월 100만원가량을 자사 지주의 우리사주를 사모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했던 코스피가 반등하기 시작하자 금융주도 함께 뛰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1월 들어선 매입 규모를 평소와 같이 월 5만원으로 줄였다. 상승장 때 매입규모를 늘리는 이른바 '물타기'를 통해 평균 단가를 낮춘 긴 했지만, 이 기간 크게 오른 타업권 대형주와 비교하면 한숨만 나온다.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주가와 잇단 배당 축소 결정에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316140)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지난 5일 기준 8.44%로 지난해 말 6.53%보다 1.91%포인트 증가했다.
KB금융(105560)지주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최근 1.73%로 상승해 지난해 말 1.10%보다 0.63%포인트,
하나금융지주(086790)는 0.93%에서 0.99%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 우리사주는 보유 주식수는 늘었으나 작년 9월 말 유상증자 영향으로 희석돼 지분율은 4.81%로 하락했다.
높았던 기대감은 지난해 11월 이후 꺾인 양상이다. 11월13일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한 금융지주 주가는 이후 3개월간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반면, 당시 2500선을 넘어선 코스피는 이달 5일 3120포인트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약 25% 상승했다.
주요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의 주가(종가 기준)가 11월13일 4만6350원에서 이달 5일 4만4350원으로 4.4% 하락했다. 이 기간 신한금융은 3만2900원에서 3만1800원으로, 우리금융은 9950원에서 9330원으로 각각 3.3%, 6.2% 하락했다. 하나금융만 3만5250원에서 3만6150원으로 2.5% 올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부터 언급된 배당 축소 분위기, 그리고 이익공유제와 같은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면서 "해외주주 비율이 60%인 점을 비춰볼 때 금융사를 둘러싼 강한 외풍은 기대감을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주로 구분되는 금융주는 배당 기준을 정하는 연말 주주명부폐쇄 전까지 힘을 받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12월 초부터 금융당국이 은행 계열 금융지주들과 결산배당 축소 방안 협의에 들어간 것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반감됐다. 전달 28일엔 배당성향 20% 이내 축소가 권고되면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주 전년 순이익의 20%만 배당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6% 줄었다.
정부·여당이 은행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계속해 확대하고 있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3일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출 원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유예 조치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원금 감면까지 강제돼버리면 주주들의 반발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금융지주 주가가 더 내려갈 수 없기에 올라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면서 "주주환원 정책도 막고 있는 데다 건전성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외형 확대(M&A)도 자제를 권고하고 있기에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노력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횡보를 거듭하는 주가와 잇단 배당 축소 결정에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진다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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