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심사 초읽기)③(끝)'영토 지키기' 나선 보험사들, 디지털전환·제판분리 '속도'
빅테크 기업 보험업 진출 견제…"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갖춰야"
2021-03-09 06:00:00 2021-03-09 16:23:41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 시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사들도 영토 지키기에 나섰다. 디지털 전환,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에 속도를 내며 빅테크 업체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올해 초 금융당국에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 이르면 하반기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상반기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NF보험서비스를 설립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토스인슈어런스를 설립한 토스도 기존 소액단기보험 위주에서 장기보험 상품으로 주요 판매 라인업을 변경할 예정이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의 보험업 진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보험사들도 방어에 나섰다. 우선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아마존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해 새로운 디지털 환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포부를 밝혔다. 빅데이터 분석과 자유로운 인프라 확장이 가능토록 자사의 빅데이터 시스템과 중요 워크로드를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이전키로 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지난달 애자일소다와 'AI·빅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보험업 전반에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반 기술을 접목시켜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다. 
 
디지털 보험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000370)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결제하는 자동차 보험 등 혁신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나손해보험도 지난해 상반기 공식 출범하며 디지털 기반 종합 손보사로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보험사들의 제판분리도 가속화하고 있다. 보험상품개발과 판매조직을 분리해 다양한 혁신상품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보험 상품의 비교·분석은 물론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기에도 용이하다 평가다. 
 
미래에셋생명(085620)은 8일 제판분리를 마무리하고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했다. 본사 소속 전속 설계사 3300명을 자회사형 GA에 이동시킨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088350)은 제판분리를 통해 판매전문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내달 1일 출범한다. 약 2만명에 달하는 설계사를 보유한 초대형 판매전문회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보험사들의 제판분리 현상을 촉진시킬 수 있다"면서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히 진행될 경우 전속조직의 영업경쟁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영무 삼성화재(000810) 사장은 최근 직원조회나 임원회의 등을 통해 장기보험 출혈경쟁 완화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빅테크가 주요 경쟁자로 부상할 것에 대비해 업계 내 과도한 점유율 경쟁을 지양하고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역량을 쏟겠다는 취지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강력한 새로운 경쟁자로 보험시장에 등장할 것"이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공정 경쟁의 틀을 마련하고 윈윈 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 5일 보험연구원 세미나에서 "보험산업은 빅테크 진입 및 인슈어테크 확장으로 인한 경쟁심화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디지털(MZ)세대와 소통하려는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언제부터인가 빅테크 기업들이 보험업계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보험업 진출이 당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진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들도 이를 대비한 경쟁력은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5일 열린 보험연구원 세미나에서 보험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다. 사진/보험연구원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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