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유권자도 아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이어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발언을 보며 든 생각이다.
박 전 시장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속옷 차림의 사진을 보내고 성적 수치심이 드는 부적절한 문자를 보내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 전 시장도 업무 중 피해자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제왕적 권력 앞에 피해자는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분노스러웠다. 피해자를 함께 일하는 사람이나 동료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해소할 하나의 도구로 이용했다. 학교, 회사, 일상생활 등에서 성범죄 혹은 성범죄 위험을 가깝게 경험하는 20대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분노와 달리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반성없는 민주당의 모습이 부각됐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 윤리라면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고 해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임 전 비서실장의 이런 발언을 두고 선거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노웅래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보궐선거가 우리 지지자들 결집하는 것이니까 샤이 지지자들까지 끌어들이면 해볼 만하지 않느냐 그런 뜻에서 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선거 승리를 위해 피해자의 고통, 여성들의 분노는 외면한 셈이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이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박 후보에게 승리하기 위해 '박원순 옹호론'을 꺼내들었다.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박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우 의원의 옹호론을 재차 펼친 것이다.
여성들의 분노는 '민주당 지지철회'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20대 여성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53.9%,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37.4%로 나타났다. 당초 20대 여성들은 정권 초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95%(한국갤럽, 2017년 7월 조사)를 기록하며 민주당 핵심 지지층으로 부상한 것과 대조적 모습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선거 승리라는 이유로, '박원순 옹호'하는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 통렬한 반성이 없으니, 당내에서 문제성 발언이 불쑥 불쑥 등장하는 것이다. 울화가 치미는 심정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여성은 유권자도 아닌가.
장윤서 정치부 기자(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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