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최근 IT 업계를 중심으로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달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1세대 IT기업으로 꼽히는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지난 5일 게임 개발업체 웹젠에서도 노조가 설립됐다. 2018년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 등에 노조가 잇따라 설립된 이후 IT업계에 다시 노조 만들기 바람이 부는 셈이다. 일각선 이 문제를 개발자와 비개발자 간 연봉·복지 수준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임원과 직원 간 공정한 성과 배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언택트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개발자 등 핵심인력의 유출을 막고자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연봉 인상 및 복지 강화 방안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경쟁사와 비교해 연봉이나 복지 등에 만족하지 못한 조직이나 구성원 등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이는 과거 노조 설립 목적이었던 포괄임금제 폐지 및 장시간 노동 금지 등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넘어 최근 업계 호황과 맞물려 발생한 성과에 대한 공정한 배분을 요구하는 방향이다. IT기업들의 실적이 성장하는 가운데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상체계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대부분의 IT 업체가 연봉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수당체계나 연차 보상 등도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웹젠 등의 노조 설립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임원이 대부분 가져간 것이 아닌가', '직원들의 경우 인센티브를 포함시켜 연봉 인상이 높은 것처럼 부풀린 것인가'와 같은 문제와 함께 직원들에게 하는 비밀 연봉협상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부분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노조 설립을 놓고 일부에서 '사내 개발자와 비개발자 간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오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IT업계에 근무하는 A씨는 "개발자가 이용자에게 다가갈 좋은 게임을 제작해 길을 내면 비개발자는 이를 활용해 이윤을 만들고, 함께 가는 것"이라며 "개발자가 야근 등을 이어가며 고생해서 제작하는 것도 알기에 개발자가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성과에 대한 임원-직원 간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네이버 노동조합이 지난 2019년 2월 경기 성남 소재 네이버 본사 앞에서 단체행동 돌입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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