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업셀링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기존 가입자들에게 보장을 강화하도록 유인하는 것으로, 소비자 입장에선 불필요한 지출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000060)는 지난 14일 업셀링 플랜이라는 명목으로 유사암 진단비 1000만원, 암진단비 100만원으로 이뤄진 어린이보험, 간편건강보험 등을 선보였다. 항암양성자방선치료비(2000만원), 3대질환MRI촬영검사비(5만원) 등의 담보도 추가했다.
롯데손해보험(000400)은 최근 어린이보험 일반암진단비, 유사암진단비 가입금액을 각각 1억원, 2000만원으로 높였다.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한 간편건강보험 혈관진단비 가입금액도 50세 이하는 기존 1000만원에서 1500만원, 65세이하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업셀링은 기존 고객에게 추가적인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영업전략이다. 보험사들은 신규 담보를 추가하거나 가입금액·보험료를 조정하면서 업셀링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더 이상 신규 고객 유치만으론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4%로 집계됐다. 개인별 보험가입률도 97%에 달했다.
메리츠화재가 지난달 유사암 진단비를 한시적으로 4000만원까지 상향한 것도 업셀링 전략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유사암 진단비는 통상 일반암 10~20% 수준인 200만원 내외로 보장해왔는데, 2019년부터 가입금액을 대폭 늘리자 금융당국으로부터 과당경쟁을 자제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업셀링 전략이 승환계약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승환계약이란 보험 설계사가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약한 뒤 새로운 보험계약으로 다시 가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험은 일반적으로 초기에 떼 가는 사업비가 많기 때문에 중도 해지 후 재가입 할 경우 고객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무분별한 업셀링 전략은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늘려 향후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셀링 전략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가입자들의 부족한 보장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굳이 해지하지 않아도 될 상품을 재가입시키거나 무리하게 보장을 추가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가 14일 업셀링 플랜이라는 명목으로 가입금액을 조정한 상품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리츠타워. 사진/메리츠화재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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