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무대에 서지 못한 연주자들은 상당히 굶주려 있죠. 청중들도 목마른 상태일 겁니다. 음악이 주는 감사함을 새삼 절감하고 있습니다."
강동석(67)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예술감독이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서 말했다. 19일 줌으로 열린 SSF 기자간담회에서 강 감독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현재 클래식 페스티벌은 거의 열리지 못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 힘든 시기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실내악 페스티벌이 큰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2006년부터 해마다 개최돼온 SSF는 서울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10월로 축제를 연기했지만, 올해는 5월 중순 11회의 공연으로 축제를 준비 중이다.
행사 주제는 '환희의 송가(Ode to Joy)'다. ‘환희의 송가(歡喜의 頌歌, 독일어 Ode ‘An die Freude’)’는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쉴러가 1785년에 지은 시에서 따온 제목. 쉴러의 이 시는 베토벤이 1824년 완성한 교향곡 9번 4악장 가사에 쓰이며 세계적인 송가로 알려지기도 했다. 단결의 이상과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아, 오늘날 각자 환경에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한 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프로그램은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고자 기획된 바 있지만, 예정된 해외 아티스트들의 한국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올해 재정비해 진행된다. 주로 국내 연주자들을 위주로 총 52인의 연주자들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SSF 무대 모습. 사진/ⓒHaJiYoung
강 감독은 "외부 연주자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바람에, 관악기 편성을 줄였다"면서도 "작년 구상했던 무대의 90% 정도만 구현이 될 것 같지만, 그간 하지 않았던 곡들과 편성 중심으로 준비 하고 있다"고 했다.
13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18일 공연은 세종체임버홀, 5월17일과 18일은 윤보선 고택의 야외 무대에서, 나머지 일정은 모두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진행된다.
개막공연에서는 베토벤 심포니 교향곡 9번 4장을 피아노 두 대로 편곡된 곡으로 선보인다. 클라리넷과 바손의 듀오, 피아노 쿼르텟 등 희귀 실내악 레퍼토리도 준비 중이다. 강 감독은 "기존에 선보였던 베토벤 현악 4중주, 피아노 트리오 대신 바이올린 소나타와 피아노 소나타도 무대에 올린다"며 "똑같은 곡들만 매년 하는 것은 연주자의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객들을 고려해 '대중적인 곡들과 평상시 들어보지 못한 곡들 간 밸런스'를 맞추는데도 주력할 예정이다.
SSF 강동석 예술감독. 사진/CHOI CHOONG SIK
SSF는 한국 클래식계의 스타들이 거쳐간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올라 이화윤, 베이스 성민재, 피아노 조성진, 손열음 등이 유년 시절 모두 이 무대를 거쳐간 바 있다. 초기부터 강 감독과 함께 해온 김상진 비올리스트는 이날 "국내 클래식계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감회가 새롭다"며 "당시 시니어 연주자로 그들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지난 16년의 역사를 돌아봤다. 이날 비올리스트 이화윤도 "환희의 송가에 작지만 제 소리로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10년 만의 참가 소회를 밝혔다.
올해는 김규연, 김준희, 박규희, 박종호, 이진상, 한수진이 새로운 음악가로 합류한다.
강 감독은 "실내악을 많이 해볼 기회가 없던 젊은 연주자들과 조금 더 경험이 많은 음악가들 간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며 "각 연주자들을 선택할 때는 각자의 다른 해석과 의견을 잘 받아들여 종합된 연주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주안을 둔다"고 했다.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SSF 무대 모습. 사진/ⓒHaJiYoung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연주는 행사의 메인격 행사다. 강 감독은 "어떤 분들은 고택을 구경하시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다"며 "야외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청중들이 기뻐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김상진 비올리스트도 "야외이다보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며 "바람으로 악보가 날아가거나 무대 옆의 교회 종소리, 새들의 노랫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간판 프로 중 하나인 '가족 음악회'는 열리지 않는다. 지난해와 다르게 온라인 중계 역시 하지 않는다. 김선화 사무국장은 "지난해 온라인 중계는 궁여지책이었다"며 "현장의 좋은 퀄리티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판단해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예산의 문제도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축제는 한 자리 띄어앉기로 진행된다. 김 국장은 "세일즈의 규모는 작아졌는데, 대관료나 개런티 등 비용은 똑같다. 정부가 지금보다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감독은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문제 없이 끝낼 수 있나 고민하고 있다"며 "청중들 역시 지난 1년 동안 코로나 상황에 익숙해졌을 것 같다. 용기를 가지고 오시면 좋겠다"고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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