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논의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정부가 미국과 백신 스와프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달 하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신 스와프가 주요 의제로 논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외교부가 백신 스와프에 대해 검토한 결과를 말해달라'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검토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측과 협의도 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언급한 백신 스와프는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화 스와프처럼 미국이 확보한 백신을 한국에 일정 부분 우선 공급하면 나중에 되갚는 개념을 말한다.
정 장관은 백신 스와프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미국 측과 상당히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최근 방한했던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와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한국을 찾았을 때도 백신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여러 차원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박 의원이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 쿼드 참여에 선을 그은 정부가 어떻게 미국 측과 백신 분야를 협력할 수 있는지 지적하자 "백신 분야에서의 협력이 동맹 관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보지만 미중 갈등이나 쿼드 참여 등과는 연관이 직접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백신 문제는 정치·외교적인 상황과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 것으로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미국과 백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신 스와프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기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까지 (미국과의 백신 협력에 관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정 장관의 한미 백신 스와프 협의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말부터 한미 백신 스와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제서야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이 미국, 영국 등 백신 공급이 충분한 나라들로부터 백신을 차용하는 '백신 스와프' 체결을 주장한 데 대해 "정부 차원의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미중 갈등조차 헤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백신 협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며 "자존심 세워가며, 관계 개선도 하지 않으며, 미국으로부터 희소자원인 백신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것인가. 지금 자존심 세우며, 눈치 볼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한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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