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철광석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선박 제조에 쓰이는 후판 값이 하반기에 또 한번 오를 조짐이다. 철강사들은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방침인 가운데, 조선사들은 올해까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조선, 기계 등 철강 수요 기업을 만나 수급 상황을 챙겨볼 계획이다. 철광석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CFR) 지난 10일 톤(t)당 철광석 가격은 230.56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6일 처음으로 200달러를 돌파한 뒤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해 5월 11일 가격이었던 88.61달러와 비교하면 1년 만에 160% 뛰었다.
철광석값이 뛰면서 제품 가격도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5월 유통용 후판 가격을 톤당 8만원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용 후판의 경우 올해 들어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단번에 8만원이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유통 가격은 톤당 110만원 수준으로, 후판 값이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제철소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철강 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조선용 후판 가격도 인상이 예상된다. 업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는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에 걸쳐 가격 협상을 한다.
상반기에는 톤당 10만원 안팎 인상으로 가격 협상이 마무리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철강사는 조선사들의 수주 부진을 고려해 후판 값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해왔기 때문에 이는 큰 폭의 인상이었다.
철광석 수요는 많고 공급은 달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철강사와 조선사는 모두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염두에 둔 분위기다.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후판 가격은 2분기에 결정할 예정이고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조선사들은 올해 선박 수주가 크게 늘긴 했지만 실적 반영은 내년 이후이기 때문에 당장 후판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철광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 철광석 시장은 브라질의 발레와 호주의 리오틴토와 BHP 3사가 전체 생산의 70% 가까이 차지한다. 1분기 발레의 생산량은 6805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전망치인 7200만톤엔 미치지 못했다. 리오틴토는 7641만톤, BHP는 6670만톤을 생산하며 전년보다 약 2% 생산량이 줄었다. 반면 올해 철광석 수요는 전년보다 5.8% 증가한 18억742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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