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암호화폐 사안과 관련해 연일 구설수에 오르면서 테슬라의 혁신적인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기차 신차를 선보이면서 테슬라 1강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암호화폐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의 테슬라 결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테슬라는 올해 2월 비트코인으로 전기차 구매를 허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머스크는 다음날 트위터에 “도지코인 거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유망하다”고 언급했다. 16일(현지시간) 한 트위터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매매하는 사람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자산을 모두 팔아넘긴 사실을 알고 자책할 것”이라고 글을 올리자 머스크는 “정말이다(Indeed)”라고 답했다.
비트코인 전량을 매도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시장이 출렁이자 머스크는 “테슬라는 어떤 비트코인도 팔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자신을 비판하는 비트코인 지지자들을 겨냥해 “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내가 당신들보다 더 잘 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테슬라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돈트 바이 테슬라(Don't Buy Tesla)’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최근 암호화폐 관련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CEO는 사내 홍보조직을 없애고 자신의 높은 SNS 영향력을 활용해 직접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 “테슬라의 인기 요인에는 머스크의 혁신적인 이미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 만큼 이번 논란으로 인해 테슬라의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여러 악재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왔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우선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지만 지난 2월 중국 당국은 테슬라 관계자를 예약면담 형식으로 공개소환했다. 배터리 화재 및 급발진, 소비자 권익 보호 등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하이 모터쇼 개막일에 한 여성이 테슬라 차량의 브레이크 결함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국 내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테슬라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일부 중국 고객은 니오 등 자국 브랜드 전기차를 구입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중국 판매량은 1월 5484대, 2월 1만8318대, 3월 5478대에서 4월에는 2만5845대로 주춤했다.
차량 판매를 통한 수익창출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테슬라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억3800만달러(약 5000억원)다. 다만 환경규제 크레딧 판매는 5억1800만달러(약 5900억원), 비트코인 차익은 1억100만달러(약 1100억원)다. 테슬라는 1분기 18만4000대를 판매했지만 차량판매 실적은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가량 손실을 입었다.
머스크 CEO의 부정적 이슈로 인해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게다가 환경규제 크레딧 판매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나서면서 크레딧을 구매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지난 5일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앵(PSA)이 합병하면서 탄소 배출 규정을 준수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테슬라의 크레딧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전기차 신차가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점도 테슬라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을 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자사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했다.
기아(000270)도 오는 7월 ‘EV6’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오닉5의 계약대수는 이달 초 4만대를 넘어섰다. EV6도 지난 3월31일 사전예약을 시작해 이달 10일 3만대를 넘기자 사전예약 접수를 중단했다.
또한 수입 브랜드 위주로 1억원이 넘는 고가 전기차들도 등장하고 있다. 아우디는 이달 17일 SUV 전기차 ‘e-트론 50 콰트로’와 ‘e-트론 스포트백 50 콰트로’를 출시했다. 포르쉐는 지난해 11월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4S’, 이달 13일에는 ‘타이칸 터보 S’를 공개했다. 이들 모델은 테슬라 모델S·모델X와 고가 전기차 시장에서 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그동안 환경규제 크레딧 판매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만한 시간을 벌었다”면서 “다만 기존 전기차 업체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차량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현재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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